선거 때 약속한 '황금시대'와 다른 희생 요구로 미국 국민 실망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각) NBC 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나와 "지금은 과도기"라며 "11살 여자아이가 인형 30개를 가질 필요가 없다. 인형은 세 개나 네 개면 충분하다. 연필 250자루가 아니라 5개만 있어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 기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마지막 유세에서 "여러분의 월급은 더 높아지고, 거리는 더 안전하고 깨끗해지며, 지역사회는 더 부유해질 것"이라며 "지금이 미국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던 것과 크게 다른 발언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에어포스원에 탄 기자들에게도 "결국 미국은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앞서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무언가를 고치려면 약을 먹어야 할 때도 있다"고 자화자찬을 수정하는 말을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더글라스 홀츠-에이킨은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정책을 가져올 물가 상승과 실업 증가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 한다"면서도 "미국 국민들에게 소비 습관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 관료들도 '희생 요구' 동참 나서, 미국인 3명 중 2명 트럼프 관세 정책 반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관료들도 이런 메시지 변화에 함께하고 있다.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은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뒷마당에서 닭을 키워 높은 달걀값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CBS 뉴스에서 경기침체는 지속적인 번영이라는 트럼프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 3월 초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값싼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며, 지난달 초 텔레비전 진행자 터커 칼슨과 인터뷰에서는 연방정부 감원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트럼프의 제조업 부흥으로 생겨날 공장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메시지 변화는 미국 경제가 최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1분기에 경제가 위축됐고 주식시장은 관세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예측 속에서 크게 흔들렸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ABC 뉴스-입소스가 지난달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명 중 2명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며, 10명 중 6명 이상이 트럼프의 경제 운영 방식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오랜 최고 고문인 마크 쇼트는 "자신은 암호화폐 투자로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를 벌어들이면서, 일반 미국인들에게 아이들 장난감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은 "억만장자들이 정의할 수도 없고 이룰 수도 없는 목표를 위해 생활 수준을 줄이라고 말하는 것이 대부분 미국인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상상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한편, 미국기업연구소 경제정책연구 책임자인 마이클 스트레인은 "보수 진영에서 경제 성장보다 사회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국민들의 가치관과 소비 습관을 연방정부가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