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美 경제 황금기 자랑하다 관세 정책 이후 절약 강조"로 말 바꿔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美 경제 황금기 자랑하다 관세 정책 이후 절약 강조"로 말 바꿔

선거 때 약속한 '황금시대'와 다른 희생 요구로 미국 국민 실망
2025년 2월 25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홈디포 매장에서 사람들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2월 25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홈디포 매장에서 사람들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워싱턴포스트가 전한 소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운동과 취임 초기에 약속했던 경제 번영 메시지에서 최근 미국인들에게 소비 절제와 희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언 기조를 크게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현지시각) NBC 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나와 "지금은 과도기"라며 "11살 여자아이가 인형 30개를 가질 필요가 없다. 인형은 세 개나 네 개면 충분하다. 연필 250자루가 아니라 5개만 있어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 기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마지막 유세에서 "여러분의 월급은 더 높아지고, 거리는 더 안전하고 깨끗해지며, 지역사회는 더 부유해질 것"이라며 "지금이 미국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던 것과 크게 다른 발언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에어포스원에 탄 기자들에게도 "결국 미국은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앞서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무언가를 고치려면 약을 먹어야 할 때도 있다"고 자화자찬을 수정하는 말을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더글라스 홀츠-에이킨은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정책을 가져올 물가 상승과 실업 증가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 한다"면서도 "미국 국민들에게 소비 습관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관료들도 '희생 요구' 동참 나서, 미국인 3명 중 2명 트럼프 관세 정책 반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관료들도 이런 메시지 변화에 함께하고 있다.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은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뒷마당에서 닭을 키워 높은 달걀값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CBS 뉴스에서 경기침체는 지속적인 번영이라는 트럼프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 3월 초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값싼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며, 지난달 초 텔레비전 진행자 터커 칼슨과 인터뷰에서는 연방정부 감원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트럼프의 제조업 부흥으로 생겨날 공장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메시지 변화는 미국 경제가 최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1분기에 경제가 위축됐고 주식시장은 관세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예측 속에서 크게 흔들렸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ABC 뉴스-입소스가 지난달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명 중 2명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며, 10명 중 6명 이상이 트럼프의 경제 운영 방식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오랜 최고 고문인 마크 쇼트는 "자신은 암호화폐 투자로 10억 달러(14000억 원)를 벌어들이면서, 일반 미국인들에게 아이들 장난감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은 "억만장자들이 정의할 수도 없고 이룰 수도 없는 목표를 위해 생활 수준을 줄이라고 말하는 것이 대부분 미국인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상상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한편, 미국기업연구소 경제정책연구 책임자인 마이클 스트레인은 "보수 진영에서 경제 성장보다 사회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국민들의 가치관과 소비 습관을 연방정부가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