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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애플 '아이폰 AI 전환' 검토 발언 파장...구글, 25년 검색 지배력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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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애플 '아이폰 AI 전환' 검토 발언 파장...구글, 25년 검색 지배력 '위태'

美 법무부 소송 심리서 애플 부사장 증언…알파벳 주가 10% 급락
챗GPT 등 대화형 AI 확산에 검색 시장 판도 변화... 反독점 소송 압박 가중
애플이 미국 법무부와의 소송 심리에서 '아이폰 AI 전환' 검토를 언급하며 구글의 25년 검색 지배력이 위협받고 있다. 챗GPT 등 대화형 AI 확산에 더해 반독점 소송 압박까지 겹치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10% 급락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이 미국 법무부와의 소송 심리에서 '아이폰 AI 전환' 검토를 언급하며 구글의 25년 검색 지배력이 위협받고 있다. 챗GPT 등 대화형 AI 확산에 더해 반독점 소송 압박까지 겹치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10% 급락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구글이 25년간 이어온 인터넷 검색 시장의 지배력이 인공지능(AI) 기술 부상과 반트러스트(독점 금지) 소송으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법무부와 구글 간 소송 심리에서 애플 고위 임원이 아이폰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 외 다른 AI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구글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각) 닛케이,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디 큐 애플 수석 부사장은 지난 7일 소송 심리에서 "아이폰용으로 구글 검색 외 다른 회사의 AI 검색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 브라우저인 사파리를 개편해 AI 검색을 통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큐 부사장은 미국 오픈AI, 퍼플렉시티, 앤스로픽과 각각 AI 검색 서비스 탑재를 협의했으며, 중국 딥시크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 등 신흥 기업과 협력도 검토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큐 부사장은 사파리에서 구글 검색 사용량이 지난 4월 최근 22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검색 건수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이용자들이 AI 검색으로 이동한 것이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 여파로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당일 약 10% 급락했다.

◇ AI 검색 확산...구글 검색 점유율 하락세 뚜렷


애플 부사장의 발언은 구글 검색 사업이 타사 생성형 AI 서비스의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되었음을 시사한다. 이용자가 키워드를 입력하는 기존 검색 방식 대신, 대화형 AI인 챗GPT 등에 직접 질문하는 방식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총 검색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는 2026년까지 전체 검색의 25%를 AI가 대체할 것으로 추산한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구글의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은 89.7%로, 최근 최고점인 93.1%에서 점차 감소하며 90% 아래로 떨어졌다. 구글 역시 자체 생성형 AI 서비스인 제미나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오픈AI와 비교하면 개발 속도나 도입 실적 면에서 뒤처졌다. 여기에는 '자승자박'의 구도가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대화형 AI가 검색을 대체할 경우 기존 광고 모델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AI가 효율적으로 정보를 요약 제공하면 이용자는 웹페이지를 덜 방문하게 되고, 이는 곧 광고 노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검색과 대화형 AI는 제로섬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검색 효율화가 광고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딜레마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 '혁신 주체'에서 '지키는 자'로… 빛 잃은 '문샷'


구글은 이미 '혁신을 일으키는 쪽'에서 '혁신으로부터 기존 비즈니스를 지키는 쪽'으로 전환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1997년 검색 서비스를 개발하고 2000년 세계 전개 이후, 독자 알고리즘으로 검색 시장을 장악하며 야후, 익사이트 등 경쟁사를 물리치고 강자로 부상했다. 25년간 지배력을 유지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혁신 정체에 시달려왔다. 2015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 문샷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 생명과학, 기구 통신 등 신규 사업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채산성 문제로 철수하거나 축소됐다. 구글 사내에서도 문샷이라는 단어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검색 및 광고 수익 의존 구조는 변함이 없다.

◇ 反독점 소송과 역사적 패턴… 선대 IT 공룡 전철 밟나


독점을 둘러싼 기업 분할 논의는 이러한 혁신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법무부는 검색과 광고 두 분야에서 구글을 반트러스트법 위반으로 제소했으며, 구글은 두 건 모두 1심에서 패소하고 사업 분할 요구를 받고 있다. 특히 검색 소송에서 문제가 된 것은 애플에 연간 약 200억 달러(약 27조 97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대가로 지불하고 아이폰에 구글 검색을 기본 탑재하도록 한 계약이었다. 이 계약은 경쟁사 신규 진입을 막는 수비 전략으로 해석된다.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샌호세 주립대 아메드 바나파 교수는 "기술 이행과 규제에는 명확한 역사적 패턴이 있다"고 분석한다. 기술 기업은 시장 지배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 독점 소송에 휘말리며, 분할 요구 시점에는 이미 다음 기술 혁신으로 '한창때'가 지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984년 분할된 AT&T, 2000년 분할 요구를 받은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당시 유선 전화, PC 사업 절정기에 독점 금지법 소송을 겪었고 디지털 기술 주역 교체 파도에 휩쓸렸다. 현재 구글도 이와 동일한 패턴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구글은 과연 '끝난 콘텐츠(오와콘)' 기업인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