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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가격 인상 검토…“중국산 제품 관세 때문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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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가격 인상 검토…“중국산 제품 관세 때문은 아냐”

애플 아이폰16.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아이폰16. 사진=로이터
애플이 올가을 출시할 신형 아이폰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다만 애플은 가격 인상의 이유를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미국의 고율 관세 탓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애플은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도입하는 동시에 아이폰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그러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제품 가격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관세 조치 탓이라는 인상을 피하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였던 지난 임기 초기에 중국산 스마트폰에 2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국 내 펜타닐 유통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미국과 중국 간 고위급 협상이 이뤄지면서 대부분의 관세가 10% 수준으로 낮춰졌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20%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애플은 올 3분기 중 미국에 출하되는 아이폰 대부분이 인도에서 생산된 제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폰16 프로와 프로맥스 등 고급 모델 생산은 여전히 중국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

WSJ는 애플의 공급망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인도 생산시설이 고급 모델의 대량 생산을 감당할 기술력과 인프라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제프리스는 지난해 미국 내 아이폰 판매량 약 6500만대 가운데 3600만~3900만대가 프로 또는 프로맥스 모델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고급 모델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애플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순한 공급망 조정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WSJ는 애플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가격 인상 외에는 수익을 방어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가격 인상 사유를 관세 때문으로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백악관이 ‘적대 행위’라고 비난했고 아마존은 즉각 해당 방안이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애플이 계획 중인 새 아이폰은 기존 모델보다 얇은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내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16 시리즈의 기본형 모델은 799달러(약 110만원)부터 시작하며, 프로맥스 모델은 1199달러(약 165만원) 이상이다. 이같은 가격은 향후 신제품에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쿡 CEO는 이달 초 애널리스트과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관세 정책 때문에 이번 분기에만 9억달러(약 1조2411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비용 증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애플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실현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애플 제품 조립의 또 다른 거점인 인도와 베트남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고급 모델의 수요까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의 공급망 분석을 담당하는 테크인사이트의 애널리스트 아빌라시 쿠마르는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가 돼야 인도가 미국과 인도의 아이폰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부품 조달 측면에서는 여전히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