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흑자 자금 쌓이는데 투자처 부족... QDII 쿼터 상향 조정 요청
일본 ETF 거래 중단 사태 계기... 중국도 해외 자본시장 투자 니즈 증가
일본 ETF 거래 중단 사태 계기... 중국도 해외 자본시장 투자 니즈 증가

중국 부동산 섹터 침체와 경기 둔화로 매력적인 투자처가 줄어들면서 중국의 무역흑자 자금이 국내에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중국이 외국 증권에 대한 투자 쿼터를 확대하도록 장려함으로써 그 자금을 일본 주식시장으로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3월 장관급 회담에서 중국 본토의 해외 투자를 허용하는 프레임워크인 적격 국내 기관 투자자(QDII) 프로그램의 상한선을 상향 조정할 것을 중국에 공식 요청했다. 다만 요청된 증액 규모와 이행 요청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위안화 안정 등을 위해 엄격한 자본 통제를 유지하고 있어, 중국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주식과 채권에 자유롭게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QDII만 해외 투자가 가능하며, 그마저도 할당된 쿼터 내에서만 가능하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QDII 할당량은 총 1,677억 9,000만 달러로, 2024년 6월 이후 동일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요청은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일본 시장 추종 ETF인 'China AMC Nomura Nikkei 225 ETF'의 1월 거래 중단 사태가 계기가 됐다. 중국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본 주식에 관심이 급증하면서 ETF 거래 가격이 벤치마크 가치보다 크게 상승했고, 거래소는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를 중단했다.
만약 QDII 할당량이 더 많았다면, 중국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에 대응해 일본 주식을 더 매수할 수 있었고, 이는 거래 가격과 벤치마크 가격 간 격차를 좁혀 거래 중단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재무성은 QDII 쿼터 확대를 통해 일본 주식 ETF로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토지 매입이나 기업 인수와 달리 ETF 투자는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우려가 적다는 이점이 있다. 중국 자산운용사들도 자체적으로 쿼터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중국 금융기관 임원들이 중국 정부에 QDII 쿼터 확대를 압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요청의 배경에는 중국의 무역흑자 급증과 투자처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인 9,921억 6,000만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의 40배가 넘는 규모다.
이 막대한 흑자로 인해 중국에는 현금이 넘쳐나고 있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 주식시장 부진, 국채 수익률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미국, 유럽의 증권 시장은 중국 자금의 효과적인 출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중국이 경제성장률 둔화로 신흥국에서 성숙 경제국으로 전환되고, 인구 고령화와 감소 추세 속에서 해외 자본시장 투자는 가계 저축을 늘리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이 해외 투자 쿼터를 확대하는 데는 큰 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2015년과 2016년에 대규모 자본 유출을 경험했고, 시진핑(Xi Jinping) 주석 정부는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대대적인 개입을 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중국 당국은 여전히 자본 도피와 위안화 급락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어, QDII 쿼터 확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