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남아공의 토지 정책이 백인 역차별이라며 외교 제재 단행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남아공은 식민 지배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시절 흑인의 토지를 빼앗고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 여파로 지금도 인구의 8%에 불과한 백인이 경작지의 약 4분의 3을 소유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개인의 토지를 '공익 목적으로' 보상 없이 수용할 수 있게 하는 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거나 버려진 토지를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고 소유주와 합의하면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남아공 정부의 토지 수용 정책을 '인종차별적 토지 몰수'로 규정하고 남아공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남아공 태생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일부 우익 인사들은 백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인종차별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 그룹은 차별받고 소외된 인종, 성(性), 계층 등을 챙기려는 취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백인과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해 왔다. 이번 남아공 G20 정상회의의 테마는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가 정부 각급 기관에 G20 관련 회의 개최를 위한 남아공 측과의 모든 접촉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내년 G20 정상회의 주최국이다. 미국이 이번 남아공 회의에 불참하면 현 의장국과 차기 의장국 간 협력이 어려워진다. 미국이 G20 정상회의를 보이콧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에브라힘 라술 주미 남아공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추방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남아공의 대사가 주재국에서 추방당한 것은 처음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