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 소송 제기, 비상경제권한법 12차례 넘게 써 의회 거치지 않고 관세 매기려 시도한 데 반발

지난 1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와 불법 마약이 미국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며 멕시코와 중국에 관세를 매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광복절'에 전 세계에 매긴 관세에 대해 미국의 무역 적자가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에 특별한 위협이 된다"며 무역 상대국들의 불공정한 정책에 맞서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2개 주가 함께 소송을 내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정의 확대와 그가 취할 수 있는 조치 범위에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당-켄터키)은 상원에서 "소위 비상사태를 선포해 모든 권력을 한 사람이 장악하는 것은 헌법에 따른 정부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이는 폴 의원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민주당)가 드물게 같은 생각을 보인 사안이다.
◇ 법 취지와 맞지 않는 비상권한 사용
비상경제권한법은 1977년 만들어진 뒤 관세를 매기는 데 쓰인 적이 없었다. 실제로 이 법은 '관세'라는 말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 소송을 낸 주들은 펜타닐 문제나 불법 이민 문제를 수입 관세로 해결하려는 생각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국가 안보, 외교 정책이나 미국 경제 전체나 상당 부분에 특별한 위협이 있을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자신의 무역전쟁에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977년 만든 비상경제권한법을 12차례 넘게 썼으며, 이 법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모든 나라 수입품에 관세를 매길 권한을 준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불법 이민과 미국의 무역 적자 문제가 '특별한' 위협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불법 이민 문제 또한 오랫동안 이어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회는 1976년 국가비상사태법과 1977년 경제비상사태법을 통과시켜 대통령의 비상권한을 제한하고 의회를 거치지 않는 비상사태 법령 사용을 줄이려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국가 비상사태는 지금 40개가 넘게 진행 중이다. 가장 오래된 비상사태는 1979년 이란 인질 사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캘리포니아가 낸 소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정책, 이민, 에너지 정책 등 여러 분야를 국가비상사태로 정당화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 혼란을 일으켜 경제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는 이런 남용을 막을 권한이 있으나,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발의한 '멕시코·캐나다 긴급 관세 철회 결의안'이 표결되지 않도록 국가비상사태법의 허점을 이용했다. 이 법은 결의안이 18일 안에 의회에서 투표되어야 하지만, 공화당은 회기 중 남은 날짜를 공식 '달력 날짜'로 인정하지 않는 새 규칙을 만들어 표결 자체를 무산시켰다.
이에 그레고리 W. 믹스 하원 외교위원회 의원(민주당-뉴욕)은 "하원 공화당이 현실을 왜곡해 하루가 더 이상 하루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시계를 멈춰 세워 법적 시한을 무력화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책임감 있는 의회라면 대통령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가 의회 승인 없이는 30일 뒤 자동으로 끝나고, 해마다 갱신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대통령이 비상사태 상태와 해결책 효과에 관한 정기 보고서를 내도록 하고, 지금 진행 중인 40개 넘는 비상사태를 모두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전까지 모호한 비상권한 사용을 제한하는 역할은 법원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일부 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권한 남용에 맞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