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의존도 높은 섬나라, RCEP 가입으로 무역 다각화 모색해야
전문가 "지역 통합과 국내 구조 개혁 병행 필요" 강조
전문가 "지역 통합과 국내 구조 개혁 병행 필요" 강조

미국은 스리랑카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연간 약 30억 달러(의류, 차, 고무 제품 등)를 수입하며 스리랑카 총 수출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반면 스리랑카의 대미 수입액은 약 4억 4천만 달러에 불과해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는 무역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스리랑카는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스리랑카 무역 구조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단일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무역 다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2005년부터 남아시아 자유무역지대(SAFTA)에 가입했으나, 상위 기구인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의 기능 장애로 인해 실질적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도 및 파키스탄과의 양자 무역협정도 범위가 좁고 원산지 제한, 민감 품목 제외 등으로 제한적 성과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스리랑카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을 통한 다자간 주도의 지역 경제 통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RCEP는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호주, 중국, 일본, 뉴질랜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최대 무역 블록으로, 스리랑카에게 인근 지역의 방대한 무역 및 경제적 잠재력을 활용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라닐 위크레메싱헤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스리랑카가 아세안 가입 기회를 놓쳤다고 인정한 바 있으나, RCEP는 스리랑카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RCEP 가입은 스리랑카에게 여러 국가에 생산 프로세스가 분산되는 "네트워크 무역"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글로벌 가치 사슬에 연결하여 수출 기반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RCEP 회원국에 대한 스리랑카의 수출은 GDP의 10%에 불과하며, 전체 수출은 2000년 GDP의 33%에서 2020년 12%로 급감했다.
RCEP 통합 강화는 철강 제품, 전기장비, 플라스틱, 오토바이 및 휠체어 부품 등의 분야에서 이러한 하락세를 역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차 수출도 RCEP 회원국의 적절한 투자를 통해 벌크 차 선적을 넘어 더 높은 가치의 완제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역 통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RCEP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스리랑카는 추가 자유화, 관세 합리화, 임시방편적 정책 결정 지양 등 주요 국내 개혁을 시행해야 한다. 일관되고 투명한 경제 정책은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외국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더 자유로운 무역 환경은 건전한 경쟁을 촉진해 지역 산업이 효율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비교 우위가 있는 분야에 집중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스리랑카가 경제를 전문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장기적인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무역협정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스리랑카 경제 전략의 초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단일 수출 대상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오늘날의 불안정한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스리랑카의 미래는 역동적인 지역 경제와의 광범위한 통합과 국내 구조 개혁에 대한 헌신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