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통신은 쉬인이 베트남 호찌민 인근에 약 15헥타르(축구장 26개 크기) 규모의 산업용 부지를 임대해 창고를 세우기로 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시설은 쉬인의 첫 베트남 창고로 중국산 의류 제품의 미국 수출 과정에서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쉬인은 그동안 중국 내 협력 공장에서 생산된 저가 의류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해 연간 300억 달러(약 40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려왔다. 특히 미국의 ‘디 미니미스’ 규정을 활용해 제품 가격이 800달러(약 109만원) 이하일 경우 관세 없이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이용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지난 2일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해 디 미니미스 면제를 폐지하고 최대 12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쉬인에 큰 타격이 예상됐다.
이후 미·중 정상 간 합의로 관세율은 800달러 이하 소포에 대해 54%, 그 이하 상업 물류에 대해서는 30%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시장에서는 관세 회피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자상거래 공급망 컨설팅업체 '그로스 캐털리스트 그룹'의 마니시 카푸어 최고경영자(CEO)는 "쉬인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지 않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며 "디 미니미스 규정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어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쉬인은 창고 건설과는 별도로 최근 튀르키예, 브라질에서 제품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일부 중국 업체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쉬인의 생산 주문이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쉬인은 또 중국 내 생산기지 유지에도 투자하고 있다. 남부 광저우 인근에 1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을 들여 공급망 허브를 짓고 있으며 이 가운데 5억 달러(약 6750억원) 규모의 1단계 공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쉬인은 이번 베트남 창고를 통해 중국 외 국가에서 생산된 의류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창고 입지는 중국산 제품이 항공 또는 해상으로 수입되는 호찌민 공항과 항구 인근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최근 베트남산 일부 수입품이 사실상 중국산 제품을 우회 수입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쉬인의 베트남 창고가 향후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한편, 베트남의 다른 대미 수출품에는 현재 10%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오는 7월까지 미국 정부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관세는 46%까지 오를 수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