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유가·주주환원 압박에 투자 축소…10년 만의 생산량 감소 예고
퍼미안 분지 성장 둔화, 타 유전 회복 더뎌…업계, 해외서 활로 모색
퍼미안 분지 성장 둔화, 타 유전 회복 더뎌…업계, 해외서 활로 모색

지난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등 주요 대형 생산업체들은 최근 투자자 설명회에서 올해 투자 지출을 줄이고 시추 장비 운영도 줄일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S&P 글로벌 커모디티 인사이츠는 미국이 2025년 해상 유전 생산량 증가 덕분에 전체 원유 생산량이 조금 늘겠지만, 2026년에는 하루 평균 1333만 배럴로 전년보다 1%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하면, 코로나19 세계적 유행 시기를 제외하고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퍼미안 분지의 대표 시추업체인 다이아몬드백 에너지의 트래비스 스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주주들에게 보낸 글에서 "현재 원자재 가격을 생각할 때, 미국 석유 생산은 변곡점에 와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 유가 하락과 정책 변화 속 생산 둔화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 완화와 새 파이프라인 건설 허용으로 미국 수압파쇄법 산업의 부흥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 석유 생산량은 2020년대 말에 이르러 정체하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원유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일으킨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동맹국들의 증산 결정이 이러한 생산량 감소 시점을 더욱 앞당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특히 미국 최대 유전지대인 퍼미안 분지에서 이러한 생산 둔화 흐름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62.49달러까지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초 관세 조치를 발표한 이후 약 13% 하락한 것이다. 이 가격은 2015년 달러 가치로 바꾸면 약 45달러에 그쳐, 당시 석유 산업을 큰 침체에 빠뜨렸던 평균 유가보다 더 낮다.
퍼미안 분지 시추업체 링 에너지의 폴 매키니 CEO는 한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을 반영한 현재 유가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 가운데 하나"라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추를 이끌려면 유가가 배럴당 약 85달러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셰일 기업들은 과거 유가 하락기보다 재무 구조가 튼튼해졌다고 강조하지만, 동시에 주주에게 현금 배당을 약속한 부담도 안고 있다. 셰일 유정은 생산량 감소 속도가 매우 빨라, 한번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면 이를 다시 늘리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해 주주 이익과 부딪칠 수 있어 생산량 회복이 쉽지 않다.
스티스 CEO는 분석가들과의 대화에서 "하루 생산량을 1300만 배럴로, 또는 퍼미안 분지에서만 600만 배럴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자본은 우리가 현재 갖춘 사업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셰일 혁명' 정점론 확산…주요 유전 성장 한계
지난 15년간 미국의 셰일 기업들은 석유 생산량을 하루 약 800만 배럴이나 늘렸다. 이런 '셰일 혁명'은 미국의 외국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휘발유 가격 안정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수십억 달러를 아끼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셰일 지배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퍼미안 분지의 생산량 증가세는 눈에 띄게 줄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퍼미안 분지의 생산량은 지난 12개월 동안 하루 평균 20만 배럴 느는 데 그쳤다. 2017년 본격적인 생산 증가가 시작된 이후 연평균 63만 배럴 넘게 늘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미국의 주요 육상 유전인 노스다코타주의 바켄 셰일과 사우스텍사스주의 이글 포드 셰일 역시 2020년 세계적 유행 충격 뒤 생산량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여러 해째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기업들은 시추와 수압파쇄 기술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발전을 이뤘다. 코노코필립스와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최근 올해 투자 지출을 줄이면서도 기존 생산 목표는 이루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분석가들은 특별한 기술 혁신이 없는 한, 이러한 효율성 개선 효과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으며 오래된 셰일 유전에서 추가로 생산량을 늘리는 데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해당 지역 암석의 질이 차츰 나빠지고 있는데도, 만약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다시 크게 오른다면 셰일 기업들이 퍼미안 분지의 생산량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러 해 동안 원유 수송 기반 시설에 투자하며 생산 비용을 낮춘 것이 부분적인 이유라는 분석이다.
◇ 우량 유정 고갈 직면…M&A·비용 절감 고심
자문 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최근 유가 하락 때문에 올해 미국 본토의 석유 생산량 증가폭 전망치를 하루 약 15만 배럴 낮춰 잡았다. 라이스타드의 앰버 맥컬러 분석가는 "기업들이 현재의 긴축 자세를 이어간다면, 몇몇 기업은 2026년에 생산량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가장 먼저 퍼미안 분지의 성장 목표치를 낮추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일 업계의 생산 활동이 더뎌진 배경에는 양질의 시추 후보지, 곧 우량 유정 재고가 차츰 줄어드는 가운데 낮은 유가에 무리하게 시추를 밀어붙일 이유가 적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셰일 개발 선구자로 꼽히는 EOG 리소시스의 경우, 현재 가지고 있는 유정과 비슷한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고품질 시추 장소는 약 3~4년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 회사 플로우 파트너스는 추정했다. 플로우 파트너스의 톰 로프리 대표는 "그 고품질 유정 재고가 바닥난 뒤에는 EOG가 유정 품질 저하에 맞춰 비용을 꾸준히 줄일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OG는 지난 몇 년간 주로 비공개 땅 계약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필요한 재고 규모를 생각할 때 경쟁사 인수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프리 대표는 "기업 인수합병(M&A)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OG 쪽은 이와 관련한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 국내 한계 봉착?…해외 시장에서 새 기회 모색
15년 전 사우스텍사스 지역에서 대규모 천연가스전을 찾아내며 주목을 끌었던 휴스턴 소재 EOG는 미국의 주요 셰일 유전지대가 오래됨에 따라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는 최근 바레인의 국영 석유회사인 밥코 에너지스와 바레인 안 가스 탐사 사업 공동 평가를 위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셰일 혁명 주역인 콘티넨털 리소시스는 노스다코타주를 미국의 핵심 석유·가스 생산지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튀르키예 국영 석유회사인 튀르키예석유공사와 손잡고 튀르키예 안 셰일 오일과 가스 탐사·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하며 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