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에 신음하는 인도 국내 산업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 성과 미흡, 제조업 경쟁력 확보 난항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 성과 미흡, 제조업 경쟁력 확보 난항

원사에서 철강, 장난감,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인도로 수출을 전환하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최근 대폭적인 관세 인하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 수년간의 무역 긴장으로 인해 인도와 다른 시장에는 이미 값싼 중국 상품이 넘쳐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지 제조업체들이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남인도 방적업자 협회(South India Spinners Association)는 5월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팔리팔라얌, 카루르, 티루푸르와 같은 남부 섬유 허브에 위치한 최소 50개의 소규모 방적공장이 생산 둔화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많은 업체들은 중국산 원사와 같은 원자재 수입이 국내 시장 가격을 하락시키면서 추가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철강 산업도 유사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도 전체 철강 생산량의 41%를 차지하는 중소 제철소 경영진은 지난 6개월 동안 설비 가동률이 거의 3분의 1로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톤당 평균 가격이 25달러에서 50달러 저렴한 중국산 철강과 경쟁할 수 없는 이들 공장은 조업을 축소하고 정리해고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산업 위기의 근본 원인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에 시작되어 조 바이든 행정부까지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 서비스 그룹 노무라가 4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까지 미국의 비석유 상품 수입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약 10% 포인트 하락한 16%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의 세계 수출 점유율은 사상 최고치인 15%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잉여 무역을 대체 시장으로 전환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반영한다. 보고서는 "경쟁이 치열한 중국 제조업체들은 후퇴하기는커녕 전 세계의 새로운 시장에 침투해 미국에서 줄어든 주문량을 만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이후 국경 긴장 관계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중국 간 무역은 여전히 견고하다. 2024-25 회계연도에 양국 간 무역은 총 1,277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인도는 992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인도 수출은 1135억 달러로 증가한 반면, 인도의 대중국 수출은 143억 달러로 감소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남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아미텐두 팔릿은 중국산 저가 수입품에 대한 인도의 우려가 의류, 화학제품, 기계부품, 철강, 장난감 및 기타 노동 집약적 제품 전반에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높은 관세와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중국이 다른 시장에 상품을 덤핑함으로써 과잉 생산 능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지난달 중국과 같은 국가로부터의 저가 수입품 급증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전담 부서를 설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일부 철강 수입에 대해 12%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하여 국내 제철소를 보호하는 조치를 했다.
중국 측은 인도에 저가 제품을 덤핑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고 더 많은 인도 상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주 인도 중국 대사 쉬페이훙은 "우리는 중국 시장에 더 많은 고품질 인도 제품이 공급되는 것을 환영한다"며 "시장 덤핑이나 치열한 경쟁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나라의 산업과 경제 발전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리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사회개발위원회의 무역 전문가 비스와짓 다르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제조업 부문을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정책의 핵심인 230억 달러 규모의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제도는 성과가 미미한 상태다. 올해 3월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2024년 10월 현재 목표의 37%만 달성되었다.
다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비해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해 인도의 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제조업 측면에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지만 아직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애플과 같은 주요 미국 기업들이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인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스마트폰 등 기술 제조 분야에서 중국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상황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