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창고 임대료 일반 창고의 4배로 치솟아... 관세 유예로 현금흐름 관리 수요 급증

로이터 통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수입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제품 관세 정책에 대응해 창고를 보세시설로 바꾸거나 새 보세창고를 확보하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안에 1700개가 넘는 보세창고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바로 내지 않고 보관할 수 있는 시설로, 지금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은 30%의 관세가 붙는다. 이런 보세창고는 상품을 판매하거나 유통할 때만 관세를 내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당장 큰 자금을 관세로 지출하지 않고 판매 시점에 맞춰 비용을 나눠 지불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이 자주 바뀌는 지금 상황에서, 기업들은 관세율이 낮아질 때까지 물품 출고를 조절할 수 있어 자금 운용에 유리하다.
◇ 보세창고로 바꾸는 기업들... 관세 장기화 대비
예를 들어 유타주에 본사를 둔 물류기업 LVK 로지스틱스는 로이터에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 창고 중 하나를 보세창고로 바꾸는 과정을 진행 중이며, 이 절차는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고 밝혔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공급망 연구팀을 이끄는 크리스 로저스는 "어디서나 보세창고를 만들 수 있다"며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큰 기업이고 관세가 오랫동안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기존 공간을 보세창고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 연구기업 웨어하우스쿼트(WarehouseQuote)의 솔루션 담당 부사장 크리스 후왈트는 "일부 회사들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승인 지연으로 신청 처리가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며 "지난해에는 이 과정이 몇 달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후왈트는 '보세창고 인증을 받으려면 창고 위치한 주(州)의 규정, 회사의 재정 건전성, 그리고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이 요구하는 보안 설비 수준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며 '간단한 경우 수천 달러면 되지만, 복잡한 경우 수만 달러까지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드 포스 멀티플라이어의 물류 컨설턴트이자 전 페덱스 로지스틱스 임원인 신디 앨런은 "중국에 기반을 둔 기업뿐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하는 미국 수입업체들도 현금 흐름 관리를 위해 보세창고를 활용하고 있다"며 "상품이 창고에서 나갈 때 관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판매량에 따라 더 작은 규모로 관세를 낼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은 "새 규정과 행정명령을 계속 지키기 위해 보세창고 사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수요 폭증으로 인해 웨어하우스쿼트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초 보세 보관 공간은 일반 창고의 약 2배 가격으로 임대됐으나, 2025년 초부터는 일반 창고 임대료의 4배로 뛰었다. 앨런은 "현금 흐름을 좋게 하려고 보세창고로 몰려드는 현상은 이전에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이는 오랜 기간 더 많은 비용을 내면서 동시에 중국 외 다른 공급처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입업자들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덧붙였다.
플로리다주 베니스에 본사를 둔 창고 및 보관 기업 카고네스트(CargoNest)의 공동 설립자 블라디미르 두르쉬펙은 "미국의 관세 협상이 끝날 때까지 우리 시설에 세 번째 보세창고를 더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며 "우리가 원치 않는 것은 용량을 늘리려고 서두르다가 상황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본사를 둔 물류기업 DCL 로지스틱스의 최고매출책임자(CRO) 브라이언 투는 "수요가 이 수준으로 유지될지 확실하지 않아 보세 공간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웨어하우스쿼트의 마케팅 이사 제이콥 로즈버로는 "많은 창고가 보세 자격을 얻을 무렵에는 추가 관세가 없어질 수 있고, 이에 따라 보세 공간에 대한 수요도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