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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캐나다 육군, 60억 달러 화력 현대화… K-방산 K9·천무로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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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캐나다 육군, 60억 달러 화력 현대화… K-방산 K9·천무로 '정조준'

노후 M777 견인포 대체... 자주포·장거리 로켓 도입 속도
한화, 기술이전·현지화로 캐나다 군심(軍心) 공략 강화
한화는 캐나다 육군이 새로운 포병을 정비하는 프로그램에 K9 자주포가 선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진=한화이미지 확대보기
한화는 캐나다 육군이 새로운 포병을 정비하는 프로그램에 K9 자주포가 선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진=한화
캐나다 육군이 낡은 포병 전력을 현대화하고 기존 미국산 M777 견인포를 대체하고자 60억 달러(약 8조2500억원)가 넘는 예산을 투입해 신형 자주포와 지상 기반 장거리 로켓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간접화력 현대화(Indirect Fires Modernization·IFM)' 프로그램으로 불리며, 155㎜ 자주포 80~98문과 120㎜ 박격포 최대 99문 그리고 새로운 장거리 로켓 시스템 확보가 핵심이다.

한국의 대표 방산업체 한화가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앞세워 캐나다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 캐나다 육군, 포병 전력 대대적 개편…50억 달러 이상 투입


오타와 시티즌 등 현지 언론은 28일(현지 시각) 캐나다 육군이 국방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핵심 사업인 '간접사격 현대화 사업'에는 50억 달러(약 6조8750억원) 이상을 투입해 기존 M777 견인포(33문)를 대체할 80~98문의 155㎜ 자주포, 관련 탄약, 신형 박격포 시스템 등을 갖출 예정이다. 캐나다 육군은 신형 자주포에 대해 속도(시속 80㎞)와 항속거리(450㎞) 등 명확한 기동성 요구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LAV 6.0 장갑차에 탑재할 120㎜ 박격포 최대 99문과 경전술차량에 장착할 차량에 81㎜ 박격포 최대 133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 2일까지 업계에 관련 장비 정보요청서(RFI)를 보내 세부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업에는 페타와와 주둔지를 비롯한 군 기지에 사격 통제 소프트웨어와 새로운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투자도 포함된다.

신형 화력체계 도입에 따라 저장·정비·훈련을 위한 군 기지 기반 시설 투자도 병행되며, 주요 후보지로는 페타와와(Petawawa), 실로(Shilo), 미퍼드(Meaford), 발카르티에(Valcartier), 게이지타운(Gagetown) 등이 거론된다. 현재 자유당 정부에 제출할 사업자금 지원 제안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주요 사업은 신형 지상 기반 장거리 로켓 시스템 도입이다. 초기 예상 비용만 최소 10억 달러(약 1조3750억원)를 웃돈다. 도입 로켓 수량에 따라 전체 사업비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당초 캐나다 군 수뇌부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하이마스(HIMARS) 단독 도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과의 외교·경제적 마찰 가능성과 하이마스의 심각한 주문 지연 문제로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캐나다 육군은 총 26대의 신형 장거리 로켓 발사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화가 폴란드에 이어 캐나다에 천무 다연장 로켓 시스템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한화이미지 확대보기
한화가 폴란드에 이어 캐나다에 천무 다연장 로켓 시스템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한화

◇ K-방산 한화, K9·천무 '쌍끌이'..."신속 납품·기술 이전이 강점"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한화가 캐나다의 두 대형 무기 도입 사업 모두에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화는 이미 나토(NATO) 6개 회원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개국에 K9 자주포를 성공적으로 수출하며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또한 폴란드에 수출한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은 현재 폴란드 군인들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에 사용하고 있을 만큼 실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화는 천무를 미국 하이마스의 대안으로 적극 내세우고 있다.

한화 글로벌 디펜스의 마이클 콜터 대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화의 목표는 캐나다 기업과의 협력을 넘어 첨단 기술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이전을 통해 캐나다가 자국 군사 장비에 대한 군사 주권(sovereign control)을 확보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면서 "미국산 장비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접근 제한 문제를 고려할 때 많은 국가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콜터 대표는 "K9 자주포와 K10 탄약보급장갑차는 계약 후 12개월, 천무 시스템은 24개월 안에 인도할 수 있다"며 신속한 납품 능력을 자신했다. 또한 "한화 시스템은 미군 장비와도 상호 운용이 가능하며, 실제로 미군 측에서 K9 자주포 시험에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미 캐나다 현지 기업과 10건 이상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5월 28~29일 오타와에서 열리는 대규모 방산 전시회 'CANSEC'에서 추가 협력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유럽의 다른 방산업체들도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캐나다 정부는 미·중 무역 갈등과 트럼프 행정부의 캐나다에 대한 경제·주권 압박 같은 외부 변수를 고려해 미국산 장비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잠수함 사업도 도전..."북극해 작전 최적 KSS-III 제안"


한편 캐나다 자유당 정부는 왕립 해군을 위해 신형 잠수함 최대 12척 도입 계획도 발표했다. 한화는 이 사업에도 KSS-III급 잠수함을 제안하고 있으며, 2026년 계약 체결 시 2032년 첫 번째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KSS-III 잠수함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항속거리가 7000해리가 넘어 북극해 작전에 특히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캐나다 현지 정비 시설 구축과 기술 완전 이전 약속으로 미국산 무기 시스템과의 차별점을 부각하고 있다.

캐나다 육군의 대규모 화력 현대화 사업은 한화와 같은 한국 방산업체에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그리고 잠수함까지 폭넓게 제안하며 기술 이전, 현지화, 빠른 납품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캐나다 정부와 군의 신뢰를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미국산 무기의 독점적 지위, 공급 지연, 기술 제한 등의 문제로 캐나다가 한국산 무기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