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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인도 車시장 2위 지각변동…SUV 앞세운 현지 업체들, 현대차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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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인도 車시장 2위 지각변동…SUV 앞세운 현지 업체들, 현대차 맹추격

SUV 열풍 업은 현지 업체 공세에 현대차 '고전'...수십 년 아성 흔들
친환경 규제·수익성 확보 경쟁, 안갯속 2위 다툼 향방 가를 핵심 변수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운 현지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현대자동차가 수십 년간 지켜온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운 현지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현대자동차가 수십 년간 지켜온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수십 년간 인도 자동차 시장 2위 자리를 지켜온 현대자동차 인도 법인이 최근 석 달 연속 4위로 밀려났다고 인도 유력 언론 NDTV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이 기간 마힌드라와 타타 모터스가 각각 2위와 3위로 올라서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의 시장 변화에 따라 현대를 앞질렀다. 타타 자동차와 마힌드라 & 마힌드라의 약진이 이러한 순위 변동을 가져왔다.

4월 도매 판매량을 자세히 보면 마힌드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늘어난 5만2330대를 기록했고, 타타 모터스는 6% 줄어든 4만5199대, 현대자동차는 9% 줄어든 4만4374대를 팔았다. 인도 경쟁사들은 대형차 수요가 이례로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현대차가 강점을 보여온 '매력있는 값의 풍부한 기능을 갖춘 자동차' 전략으로 현대차를 추격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SUV만을 중심으로 한 차량 구성으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타타 자동차와 현대자동차는 신차 부족과 기존 모델의 노후화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과 분석가들은 마루티 스즈키 인도 법인 다음의 확고한 2위 자리를 논하기에는 여러 변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인도 및 아세안)의 푸니트 굽타 이사는 NDTV 프로핏과 한 인터뷰에서 "모든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는 연료 유형마다 목표 시장을 가지고 있다"며 "세 OEM 업체 사이 시장 점유율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미지수가 많다"고 밝혔다.

◇ SUV 열풍, 인도 자동차 시장 판도 뒤흔들다


지난 3월 31일 끝난 2025 회계연도 기준, 인도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279만7229대가 팔려 소형차(135만3287대) 판매량을 두 배 웃돌았다. 이러한 판매량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대형 차량 선호가 뚜렷함을 시사한다. 또한, SUV에 집중한 마힌드라가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타타 자동차와 현대자동차도 SUV 차량 구성을 갖추고 있으나, 신차 출시가 부족해 성장에 어려움이 있었다.

마힌드라 & 마힌드라는 이러한 'SUV화' 흐름의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올랐다. 자동차 산업 전반이 한 자릿수 초반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데 반해, 마힌드라 & 마힌드라의 달마다 판매량은 약 20%씩 늘었다. SUV 중심 전략이 효과를 보았으며, 특히 XUV 3XO 같은 신차 효과로 달마다 판매량 2위까지 올랐다.

타타 자동차와 현대차 인도 법인 역시 100만~250만 루피 값의 다양한 SUV 차량 구성을 갖추고 있으나, 현대차는 SUV 비중이 높지만 신차 출시 지연과 재고 부담 때문에 최근 점유율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타타 커브(150만~200만 루피)가 신모델로 나왔지만, 4.3미터급 SUV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 모델은 아직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반면, 마힌드라 & 마힌드라의 첫 4미터 미만 SUV(문 3개짜리 타르 제외)인 마힌드라 XUV 3XO는 소형 SUV 시장(100만~150만 루피)에서 상당한 판매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뭄바이의 한 자동차 판매 대리점 관계자는 마힌드라 & 마힌드라가 인도 2위 자동차 제조업체로 떠오를 가능성은 순수 SUV 제품군에 대한 수요에 달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XUV 3XO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XUV 700과 스콜피오에 대해서는 약간의 시장 피로감이 보이며, 타르 5도어는 여전히 잘 팔린다고 덧붙였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푸니트 굽타 이사는 "SUV 구매자들이 가성비가 더 좋은 모델을 찾으려고 점점 더 낮은 등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또 다른 주요 흐름을 짚었다.

◇ '가성비'와 '열망' 사이…소형차 시장의 미래는?


이러한 때에 알토 같은 기본형 차가 다시 떠오를 여지는 있을까.

마루티 스즈키의 R.C. 바르가바 회장은 지난 4월 28일 실적 발표회에서 "정부는 소형차 부활 없이는 자동차 산업 성장이 언제나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소형차 판매 감소와 SUV 판매 급증이 소비자의 열망 수준이 높아졌다는 지표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한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새로운 SUV 출시를 알리며 "인도 가구의 12%만이 한 해 소득 100만 루피(현재 인도 자동차 평균 판매 값)를 번다"고 그때 말했다.

그러나 타타 자동차의 샤일레시 찬드라 사장은 다른 의견을 보였다. 그는 지난주 NDTV 프로핏과 한 인터뷰에서 "인도의 자동차 보급률은 1인당 소득 수준이 현재와 같았던 중국과 비슷하다"며 "소비자 열망이 커져 기본형 차는 보급 확대에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타 모터스는 전기차(EV)와 압축천연가스(CNG)차, SUV 등 다양한 동력원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최근 신차 부족과 전기차 시장 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다.

예산이 빠듯한 소비자들을 위한 중고차 시장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두 배로 커졌다. 이들조차 기본형 차를 찾지 않는 흐름이다. 찬드라 사장은 "예산이 적은(약 45만~50만 루피)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소형 SUV나 고급 해치백을 고른다"며 "아무도 45만~50만 루피를 들여 기본형 소형차를 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도의 해치백 시장은 전체 시장의 거의 절반에서 4분의 1로 줄었으나, 여전히 한 해 100만~140만 대 규모를 지키고 있다. 이 시장 안에서는 고급 해치백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다.

DAM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미툴 샤 자동차 분석가는 NDTV 프로핏에 "SUV 성장은 이어지겠지만, 업계 기여도가 70%에 가까워져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소형차 시장은 20% 아래로 줄었지만 더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형 차가 아니라 소형차나 해치백이 상당히 살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타 자동차의 찬드라 사장도 자기 회사 사업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티아고(해치백), 펀치(소형 SUV), 알트로즈(고급 해치백)는 80만~150만 루피 값에서 판매량을 이끄는 핵심 모델"이라며 "한 단계 위급 사양을 갖춘 새 알트로즈는 고급 해치백 시장에서 25%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려는 시도"라고 풀이했다.

해치백이든 SUV든 소형차가 대세를 이루면서, 자동차에 다양한 기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도 자동차 구매자만큼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 친환경 규제와 동력 다변화, 새 경쟁 무대로


2027년 시행될 기업 평균 연비(CAFE) III 규제는 인도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SUV 판매의 주요 지역인 델리가 디젤차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마힌드라 & 마힌드라 같은 회사에게는 또 다른 알 수 없는 점이다. 마힌드라는 제품군의 80%가 디젤 차량이어서, 2027년 도입될 CAFE III(연비와 배출가스 규제)와 디젤 규제 강화에 위험 부담이 있다.

CAFE III는 인도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환경친화적인 차량으로 바꾸도록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규제는 OEM 업체들이 일정 비율 이상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또는 CNG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뜻한다. 현대자동차 또한 하이브리드차와 CNG차 등 여러 동력원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푸니트 굽타 이사는 "마힌드라는 잘 팔리는 대형 SUV를 가지고 있지만 제품군의 80%가 디젤이며, 이는 정책 변화와 맞물려 위험 요소로 될 수 있다"고 알리며 "CAFE-III와 IV가 도입됨에 따라 마힌드라 & 마힌드라는 빠르게 위험 요소를 줄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마힌드라 & 마힌드라는 첫 '전기 전용' SUV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전기차로 바꾸기 시작했지만, 이 분야에서는 타타 자동차가 앞설 수 있다. 푸니트 굽타 이사는 "타타 자동차는 거의 모든 차량을 전동화했다는 남다른 강점(USP)이 있지만, 최근 법인 수요 부진이 걸림돌"이라며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계획과 함께 다음 몇 해에 걸쳐 대대적인 새 제품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기차는 인도에서 아직 첫 단계이지만 빠르게 커지는 시장이므로, 바로 시장 지배력을 정하는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 윈저와 코멧 모델을 앞세운 JSW MG 모터 인도 같은 후발 업체조차 2024년 타타 자동차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일부 가져갔다. 마루티 스즈키의 e비타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현대차의 가장 많이 팔리는 SUV 전기차 모델인 크레타 EV는 올해 1월 나온 뒤 아직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인도에서 가장 빠르게 크는 CNG 부문이 될 수 있다. 2024년 CNG 차량 판매는 지난해보다 35% 늘어난 71만 5213대였다. 15개 CNG 모델 차량 구성을 갖춘 마루티 스즈키는 인도 CNG 시장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타타 자동차와 현대차 인도 법인이 각각 16%와 10%의 시장 점유율로 그 뒤를 따랐다. 마힌드라는 현재 CNG 모델이 없다.

◇ 판매량 넘어 ‘수익성’ 경쟁…진정한 승자는?


인도 2위 자동차 제조업체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이 있지만, 매출 성장 없는 단순 판매량 늘리기는 큰 뜻이 없다. 시장 경쟁에서는 높은 평균 판매가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1월부터 3월까지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을 보면 마힌드라가 14.9%로 가장 높았고, 타타 모터스 14%, 현대자동차 12.9%, 마루티 스즈키는 10.5%였다. 마루티 스즈키는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팔지만,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EBITDA 마진은 1.8%포인트 떨어진 10.5%를 보였다. 마루티 스즈키의 이러한 마진율은 마힌드라 & 마힌드라(14.9%), 현대차 인도 법인(12.9%), 타타 자동차(14%)와 비교된다. 판매량과 따로, SUV와 고급 차량 비중이 높은 업체가 더 높은 수익성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마루티 스즈키는 여전히 2030년까지 시장 점유율 50% 이루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세 경쟁업체가 바짝 뒤쫓는 형편이어서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SUV 시장 성장과 고급화 흐름은 인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마힌드라가 최근 달마다 판매량 기준 2위로 떠오르는 등 경쟁은 한층 뜨거워졌다. 현대차, 마힌드라, 타타 자동차 사이 인도 시장 2위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길게 보면 신차 출시, 동력원 다양화, 환경친화적인 차 대응이 2위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시장 점유율은 한동안 계속 바뀔 것으로 보이며, 현대, 타타, 마힌드라 모두 새로운 전략과 신차로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대형차 수요 증가와 함께 고급화라는 더 넓은 시장 변화가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