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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컴퓨터 시장도 관세에 큰 부담...델· HP, 실적 부진에 시장 회복 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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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컴퓨터 시장도 관세에 큰 부담...델· HP, 실적 부진에 시장 회복 더뎌

"관세와 경제 불확실성에 PC 수요 살아나지 않아"...AI PC로 반전 노리는 델·HP
Dell 로고 앞에 3D 프린팅 구름과 조각상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Dell 로고 앞에 3D 프린팅 구름과 조각상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새 개인용 컴퓨터(PC)가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과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최근 델 테크놀로지스와 HP가 발표한 올해 1분기, 2분기 실적을 보면, 두 회사 모두 AI PC가 앞으로 새 수요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으나 관세 부담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난 달 30(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지 배런스가 보도했다.

HP는 이번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고, 연간 이익 전망도 낮췄다. 엔리케 로레스 HP 사장은 "새 무역 환경 때문에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수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HP는 관세와 생산 이전에 드는 비용 등으로 주당 12센트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HP는 베트남, 태국, 인도, 멕시코, 미국 등으로 생산지를 옮기고 있지만, 관세 부담이 여전해 연간 조정 이익 전망을 종전 3.45~3.75달러에서 3~3.30달러로 낮췄다.

델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용 PC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어든 15억 달러(2조 원)이라고 밝혔다. 델과 HP 모두 AI PC가 앞으로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관세와 소비자 지갑 사정, 물가 오름세 등 여러 요인으로 수요가 쉽게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최근 내놓은 '상호주의 관세'는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생산기지까지 확대돼, 델과 HP 등 글로벌 PC 회사들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모건스탠리 연구진은 이번 관세 인상으로 델과 HP2025년 예상 순이익 대부분이 관세로 깎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생산지를 옮겨 관세를 피하는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DC와 카날리스는 "관세 인상과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PC 사는 시기를 미루거나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관세 시행 전 미국 시장에 미리 물량을 넣은 영향으로 9.4% 늘었으나, 앞으로 재고가 떨어지고 가격이 오르면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10 지원을 오는 1014일 끝내기로 하면서, AI PC 도입과 함께 상업용 PC 시장에서는 교체 수요가 늘고 있다. IDC는 올해 세계 PC 출하량이 27400만 대로 지난해보다 4.1% 늘 것으로 내다봤다. 윈도우10을 그대로 쓰면 한 대에 1년에 61달러(8만 원), 3년이면 244달러(33만 원)까지 추가 비용이 들어 기업들이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AI PC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가격 경쟁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확산이 더디다.

업계에서는 "AI PC가 멀리 보면 시장 성장을 이끌겠지만, 당장은 관세와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데이비드 나란조 부국장은 "미국 시장이 AI PC 확산의 핵심이지만, 고율 관세와 정책 불확실성이 소비자와 기업의 지갑을 닫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델과 HP 등 글로벌 PC 회사들은 AI PC 도입에 대한 기대와 관세, 경제 변수라는 현실 사이에서 성장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시장에서는 윈도우11 전환과 AI PC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 잡는 2026년 이후에야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