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 속 빛난 '성장주'… 위험 경계하며 위기 속 기회 창출
'캐리드 이자' 과세 지지하며 시장 투명성 강조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미국 경제의 위험을 끊임없이 경고한다. 그런데도 JP모건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다. 미 경제방송 CNBC가 지난 30일(현지시각) 다이먼 CEO의 20년간 연례 투자 서한과 공개 발언을 분석한 결과, 그의 경제 재앙 경고는 점점 잦아졌지만, JP모건의 실적은 경쟁사들을 훨씬 뛰어넘기 시작했다.'캐리드 이자' 과세 지지하며 시장 투명성 강조
다이먼의 비관적인 전망을 가장 잘 설명하는 점은 JP모건이 아무리 크고 강력하더라도 금융 회사는 본질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금융 역사는 기관의 흥망성쇠로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 산업의 본질적인 불안정성과 '금융사의 흥망성쇠'가 다이먼의 신중한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된다.
JP모건 체이스가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커지고, 수익성이 높아지며, 미국 경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다이먼 CEO는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작 JP모건은 계속해서 승승장구하는 상황이다.
경기 호황기든 불황기든 다이먼의 공개적인 전망은 늘 암울했다.
2022년 미국 경제에 '허리케인'이 닥칠 것이라는 예측,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 붕괴에 대한 우려, 또는 미국이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다이먼은 모든 실적 발표, TV 출연, 투자자 행사에서 비관적인 경고를 쏟아냈다.
4개 은행 이사회 멤버이자 스트래티직 밸류 뱅크 파트너(Strategic Value Bank Partner)의 벤 매코백 투자자는 "은행을 이끄는 그의 실적은 놀랍다"면서도 "경제 재앙 예측에 대한 그의 실적은 그만큼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 JP모건, 2015년 이후 7번의 사상 최고 이익 달성
20년간 JP모건을 이끌어온 다이먼(69)은 세계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금융기관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2006년 CEO 취임 이후, 2008년 금융위기와 그 여파를 헤쳐나가며 JP모건을 업계 최강자로 성장시켰다.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 은행업과 월스트리트(Wall Street) 고위 금융을 아우르는 거대한 JP모건은 다이먼 자신의 말처럼 돈의 '최종 승자'다. JP모건은 다른 어떤 경쟁사보다 많은 지점과 예금, 온라인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용카드와 중소기업 금융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한다. 또한 트레이딩과 투자 은행업 모두에서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며, 날마다 10조 달러(약 1경 3838조 원) 이상이 전 세계 결제 시스템을 통해 움직인다.
다이먼의 20년간 연례 투자 서한과 공개 발언을 검토한 결과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다. 그는 2006년 CEO가 됐고, JP모건을 이끈 첫 10년은 미국 주택 버블과 2008년 금융 위기, 그리고 파산한 베어 스턴스(Bear Stearns)와 워싱턴 뮤추얼(Washington Mutual)을 인수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다이먼이 JP모건을 이끈 두 번째 10년이 시작될 무렵, 모기지 위기로 인한 법적 문제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그는 새로운 먹구름을 보기 시작했다. 2015년 이후부터는 경기 침체, 시장 붕괴, 미국 부채 증가 등 다양한 위기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경고했다.
그는 2015년 4월 CEO 서한에서 잠재적인 유발 요인들을 언급하며 "또 다른 위기가 올 것"이라고 썼고, 당시 미국 부채의 변동이 시장에 대한 "경고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구절은 다이먼의 금융 경고가 더 빈번해지는 시작점이었다.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두 달간의 경기 위축 전까지는 현실화되지 않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시장 붕괴와 부풀어 오르는 미국 적자에 대한 우려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시기는 JP모건의 실적이 경쟁사들을 압도하기 시작한 10년이기도 하다.
몇 년간 해마다 약 200억 달러(약 27조 6760억 원)의 이익을 유지하던 다이먼이 감독하던 거대한 조직은 진정한 전성기를 맞았다. JP모건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7번의 사상 최고 연간 이익을 기록했으며, 이는 다이먼의 첫 CEO 10년 동안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투자자들은 JP모건을 '성장주'로 인식했고, 시가총액 세계 1위 금융사로 등극했다.
◇ 금융사의 취약성 경고… 위기 대비 리더십
그동안 투자자들은 JP모건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JP모건이 평범한 금융 부문에서 성장하는 회사라는 생각에 동조했다. JP모건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금융 회사이며,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에 해마다 180억 달러(약 24조 9084억 원)를 투자하며 이러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다이먼은 경제와 고조되는 지정학적 혼란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듯 보이지만, 미국 경제는 계속해서 잘 돌아가고 있다. 실업률과 소비자 지출이 예상보다 더 견고해 JP모건이 기록적인 이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다이먼은 전문 투자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제 폭풍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가 팬데믹 이후 경제를 관리하는 것을 언급하며 "지금은 화창하고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으며, 모두가 연준이 이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기, 저 멀리, 우리에게 다가오는 허리케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이먼은 그다음 해 실적 발표에서 "지금은 세계가 수십 년 만에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이먼의 말을 듣고 포트폴리오를 더 보수적으로 운용한 투자자들은 S&P 500 지수가 수십 년 만에 가장 좋은 2년 연속 상승장을 놓쳤을 것이다.
매코백은 다이먼의 비관적인 발언과 은행 실적 간의 '흥미로운 모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부분적으로는 제이미 다이먼의 브랜드 구축일 수도 있다"며 "아니면 무언가 잘못되면 '내가 경고했잖아'라고 말하고, 잘못되지 않더라도 은행은 잘 돌아가는 윈윈(Win-Win) 시나리오를 갖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5대 금융기관의 한 전직 사장(다이먼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익명을 요구)에 따르면, 은행가들은 낙관론보다는 신중함을 내비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과도한 낙관'이 잘못될 경우 평판에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에서 신중한 전망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전 씨티그룹(Citigroup) 척 프린스(Chuck Prince) CEO는 "음악이 계속되는 한 춤을 춰야 한다"는 2007년 모기지 사업에 대한 그의 불운한 발언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전직 사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가 일이 잘못되면 평판에 더 많은 손상이 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은행에 해롭고, 어리석어 보이지만, 반대로 하면 그저 매우 신중하고 사려 깊은 은행가처럼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웰스 파고(Wells Fargo)의 마이크 메이요(Mayo) 은행 분석가는 은행업이 궁극적으로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사업이며, CEO들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 등 부정적인 측면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요는 "비 온 뒤 우산을 챙기는 것이 좋은 은행가의 자세라는 옛말처럼, 그들은 항상 모퉁이를 살피고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항상 의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다이먼 장기 관찰자들은 다른 시각을 보인다.
포탈레스 파트너스(Portales Partners)의 찰스 피바디(Peabody) 분석가에 따르면 다이먼은 공개적인 발언에 "숨겨진 동기"가 있다.
피바디는 "나는 이 수사가 그의 경영진을 미래 위험에 집중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어나든 안 일어나든 상관없이"라며 "고성과 고성장 프랜차이즈에서 그는 그들이 안주하는 것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그래서 나는 그가 그들의 문화에 끊임없는 전쟁실 같은 분위기를 심어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이먼의 경고는 내부 임직원들이 방심하지 않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다이먼은 지난해 JP모건이 기록적인 585억 달러(약 80조 9523억 원)의 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걱정할 일이 끊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분쟁은 계속되고, 미국 국가 부채는 늘어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적국과 동맹국 모두를 계속해서 뒤흔든다.
트루이스트 은행(Truist bank)의 브라이언 포란(Foran) 분석가는 "그가 전지전능하지 않고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공정하다"며 "그는 'X에 대비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며, '우리는 X가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란은 2023년 금리가 급등하여 저수익 장기 채권을 보유한 이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을 때 JP모건이 대부분의 경쟁사보다 높은 금리에 더 잘 대비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그는 "10년물 금리가 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오랜 경고를 해왔는데, 이는 현실화하며 준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아마도 다이먼의 비관적인 전망을 가장 잘 설명하는 점은 JP모건이 아무리 크고 강력하더라도 금융 회사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의 역사는 기관의 흥망성쇠 그 자체이며, 때로는 경영진이 안주하거나 탐욕스러워질 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
실제로 더는 사용되지 않는 은행 로고들의 무덤에는 베어 스턴스, 워싱턴 뮤추얼, 퍼스트 리퍼블릭(First Republic) 등 JP모건에 흡수된 세 곳이 포함된다.
다이먼은 이번 달 은행 투자자의 날 회의에서 지난 10년간 JP모건이 연간 17% 웃도는 수익을 올린 유일한 회사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다이먼은 "그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많은 사람이 17%를 웃도는 이익을 벌었다"며 "거의 모든 회사가 파산했다. 내가 방금 한 말을 들었는가?" 라고 되물었다.
그는 "세계의 거의 모든 주요 금융 회사가 거의 망할 뻔했다"며 "세상은 거칠다"고 덧붙였다. 다이먼의 비관적 전망은 단순한 '브랜드 전략'이자, 위기 대비 문화를 조직에 내재화하기 위한 리더십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사는 아무리 커도 언제든 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늘 경계하며, JP모건은 실제로 위기 속에서 경쟁사를 흡수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거의 모든 대형 금융사는 한 번쯤 파산 위기를 겪었다'는 다이먼의 말처럼, 금융업의 본질적인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다.
◇ 캐리드 이자 과세 지지… 트럼프 정책과 맥 같이 해
한편 제이미 다이먼은 미국이 캐리드 이자에 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낮은 세금 혜택을 누리는 허점을 비판하는 데 동참했다.
다이먼은 레이건 전국 경제 포럼(Reagan National Economic Forum) 인터뷰에서 "우리는 반드시 캐리드 이자에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온 조항을 폐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캠페인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캐리드 이자는 사모 펀드 매니저의 보수 중 수익 발생액에 연동된 부분을 의미한다. 현재는 장기 자본 이득으로 과세되어 펀드 매니저가 일반 소득보다 낮은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한다.
다이먼은 이로 인한 세수입을 늘려 자녀가 없는 개인을 포함한 소득세 공제를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 계획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약 600억 달러(약 83조 2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지역 사회, 가족 및 가정에 직접적인 혜택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