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기술 KHI 주도, 이마바리· JMU 양산 협력... 수소 운송 시장 선점 야심
HD현대 등 한국 추격 속 '기술 초격차' 절실... 정부 지원 업고 조선 부활 총력
HD현대 등 한국 추격 속 '기술 초격차' 절실... 정부 지원 업고 조선 부활 총력

가와사키 중공업은 앞서 2020년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를 액체 상태로 대량 운송할 수 있는 운반선 '수소 프런티어' 개발과 실증 운항에 성공했고, 현재는 탱크 용량을 약 30배 키운 약 4만 세제곱미터(㎥)급 상업용 신형 운반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수소 운반선은 섭씨 영하 253도의 매우 낮은 온도에서 수소를 액체로 만들어 대량 운송하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며, 일본은 이 분야에서 세계를 이끄는 자리에 있다.
이번 협력에서 가와사키 중공업이 핵심 부품인 액화수소 탱크를 만들어 이마바리 조선과 JMU에 공급하고, 두 회사가 이를 바탕으로 선박 양산을 맡는 구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 '탈탄소' 시대 핵심 수소 운송…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 가열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목표가 퍼지면서 수소는 태울 때 이산화탄소(CO₂)를 내보내지 않는 탈탄소 연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수소의 대량 해상 운송 기술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액화수소 운반선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은 액화수소 운반선 분야에서 세계 최초 상업 운항 실적을 쌓았지만, 한국의 HD현대 등도 8만㎥급 대형 수소 운반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한국과 일본의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한때 1970~80년대 세계 선박 건조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일본 조선업계는 이후 한국과 중국의 거센 도전에 밀려 시장 주도권을 잃었으며, 최근 그 점유율이 10% 안팎으로 줄었다. 그러나 수소, 암모니아 같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는 일본이 기술 강점을 바탕으로 '부활'을 노리고 있으며, 이번 3사 협력은 일본 조선업의 재도약과 경제 안보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정부 또한 조선업을 경제 안보의 핵심 산업으로 정하고, 기술 개발과 부품 국산화, 국제 협력(특히 미국과 일본 협력) 등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 부활 이끌 KHI의 기술력... 수십 년 극저온 노하우 집약
가와사키 중공업은 프로판가스, 액화수소 등 매우 낮은 온도 저장탱크 기술에서 오랜 경험을 지녔으며, 1980년대부터 로켓용 액화수소 탱크 개발 등으로 기술의 폭을 넓혀왔다. 특히 2010년 발표한 중기 경영 계획에서는 수소 에너지 활용 확대를 그룹의 핵심 성장 전략 하나로 정하고, 종합상사와 에너지 기업들과 손잡고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적극 모색해왔다.
가와사키 중공업은 현재 일본 국내 조선소 외에 중국에 조선 자회사 2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고도의 첨단 기술이 집약되는 액화수소 운반선은 자국 내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다만, 대형 선박을 대량 생산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건조 능력이 필요하므로, 이번 3사 협력으로 생산 능력을 모아 수소 해상 운송 기반시설의 조기 확산을 꾀할 계획이다.
최근 일본 조선업계에는 우호적인 외부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자국 조선 산업 투자 확대를 바라는 가운데, 일본 정부 또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 과정에서 '협상 카드' 하나로 조선업 분야 기술 지원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조선 3사의 이번 협력은 액화수소 운반선이라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일본의 기술 주도권을 지키고, 한때 세계 정상을 차지했으나 현재 10% 안팎까지 위축된 자국 조선업의 부활을 모색하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세계 기술 경쟁 속에서 생산 능력을 결집해, 수소 해상 운송 기반시설의 조기 확산과 경제 안보 강화라는 목표를 이루며 수소 사회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