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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끝났다” 인텔·SKC의 1조 원 도박…반도체 ‘유리 기판’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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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끝났다” 인텔·SKC의 1조 원 도박…반도체 ‘유리 기판’ 시대 개막

칩의 한계 뚫는 유리의 역습… 데이터센터 전력 40% 절감할 하드웨어의 성배
삼성·TSMC도 가세한 2026년 표준 전쟁…70년 ‘유기 기판’ 역사 뒤엎는 지각변동
AI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유리 기판. 사진=테크주스이미지 확대보기
AI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유리 기판. 사진=테크주스

반도체 산업의 역사는 곧 한계와의 싸움이었다. 더 작게, 더 정밀하게 칩을 만드는 노광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자 이제 전 세계의 시선은 칩을 담는 그릇인 기판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 기판의 주류였던 플라스틱 기반 소재가 인공지능 시대의 고열과 초미세 회로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인텔과 한국의 SKC를 필두로 한 유리의 역습이 본격화되었다.

미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 전문 매체들인 아난드텍과 톰스하드웨어가 최근 여러 아티클을 통해 전한 바에 의하면, 글로벌 반도체 거물들은 이미 플라스틱 시대의 종말을 상정하고 유리 기판으로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특히 최근 한국의 SKC가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중 절반 이상인 6000억 원을 유리 기판 자회사인 앱솔릭스에 쏟아붓기로 한 것은, 이 기술이 단순한 연구 단계를 넘어 양산이라는 실전 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신호탄이다.

휘어지는 플라스틱의 한계… 유리가 선사하는 제로 오차의 혁명


기존 플라스틱 기판은 열을 받으면 미세하게 휘어지는 성질이 있어 칩과 기판 사이의 연결 통로를 촘촘하게 만드는 데 제약이 컸다. 하지만 유리는 고온에서도 형태를 완벽하게 유지한다. 덕분에 더 많은 구멍을 뚫어 데이터가 흐르는 통로인 비아를 촘촘하게 배치할 수 있으며, 이는 데이터 전송 속도의 비약적인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유리 기판 도입만으로도 동일 면적 대비 전력 효율을 40% 이상 개선하고 신호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1000억 원도 적다? 인텔·SKC가 유리 공장에 돈을 퍼붓는 이유


유리 기판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본 전쟁은 이미 정점에 달했다. 인텔은 1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유리 기판 양산 공정을 조기에 확정 짓고 2030년 표준화를 선언했다. SKC의 앱솔릭스 역시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의 유리 기판 전용 공장을 완공하며 엔비디아와 같은 거물급 팹리스 기업들의 물량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유리는 플라스틱보다 공정 난도가 훨씬 높지만, 한 번 표준을 장악하면 수조 원 규모의 부가가치를 독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엔비디아 블랙웰 그 다음은 유리… AI 가속기 성능 8배 폭발의 열쇠


인공지능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와 발열은 재앙에 가까워진다. 유리 기판은 칩의 두께를 25% 이상 줄일 수 있어 서버 내부의 공기 흐름을 개선하고 냉각 효율을 극대화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적층 기술로는 한계에 다다른 인공지능 가속기의 성능을 기판 혁신만으로 수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하드웨어 설계 단계부터 유리 기판 도입을 전제로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과 TSMC의 추격… 2026년 반도체 패키징 주도권의 유리 천장 깨진다


플라스틱 기판의 절대 강자였던 일본 기업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반도체 패키징 지형도는 한미 기술 연합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유리 기판의 파괴력을 체감하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파트너십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은 유리 기판이 실험실을 벗어나 하이엔드 서버와 인공지능 칩에 실전 배치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70년 넘게 반도체를 지탱해 온 유기 소재의 외피가 벗겨지고, 이제 투명하고 강력한 유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