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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외 관광객 6% 급감...캐나다발 22% 줄어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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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외 관광객 6% 급감...캐나다발 22% 줄어 '충격'

트럼프 정책 반발로 유럽·캐나다 여행객 발길 돌려
트럼프의 일방주의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올 여름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관광객이 크게 줄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의 일방주의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올 여름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관광객이 크게 줄고 있다. 사진=로이터
여름 휴가철을 맞아 미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달 31(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강화한 이민 정책과 대외 정책 때문에 유럽과 캐나다 관광객들이 미국 여행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주 동안 미국 주요 공항에 도착한 외국인은 약 19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줄었다. 항공 예약 데이터 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유럽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 예약은 오는 8월까지 약 1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는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타임스퀘어 근처에서 콘도그 노점을 운영하는 오마르 탈랏 씨(35)"예전에는 캐나다 사람들이 수천 명이나 있었다""올해는 장사가 정말 안 된다"고 말했다.

◇ 캐나다 관광객 급감, 국경도시 직격탄


특히 미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캐나다인들이 줄어드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캐나다인은 역사상 전체 방문객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가장 큰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캐나다발 미국행 항공편은 20%, 육로 여행은 35% 줄었다. 시리움 자료에 따르면 여름철 미국행 항공편 예약은 지난해보다 22% 줄었으며,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행 항공편 예약은 3분의 1이 줄어들었다.

캐나다 국경에서 남쪽으로 약 25마일 떨어진 뉴욕주 플래츠버그 미국 레스토랑 '네이키드 터틀' 매니저 존 파멜리는 "5월 초 개장 이후 캐나다 방문객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 도시는 여름 방문객의 약 70%가 캐나다인이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파멜리는 최근 레스토랑 앞에 "번베이눼 캐네디언즈!"(비엥베뉴 캐나디언스!, 캐나다인, 환영!)라는 문구가 적힌 간판을 세웠고, 다음에는 거대한 캐나다 국기를 게양할 계획이다. 또한, 캐나다 방문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매우 걱정된다""지금은 코로나19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노스 컨트리 상공회의소 마케팅 및 관광 담당 부사장 크리스티 케네디에 따르면, 이 지역 기업들은 숙박부터 자전거 대여까지 모든 것에서 캐나다 국민을 위한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캐나다 장거리 트럭 운전사 마크 토우스 씨(53)"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미국에서 돈을 쓰지 않는 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스다코타와 시카고 컵스 경기, 자유의 여신상을 방문하는 미국 횡단 여행을 몇 년 동안 계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합병 발언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대신 가을에 캐나다를 차로 여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유럽 관광객도 미국 기피 현상


유럽 관광객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강화한 입국 심사와 구금 우려 때문에 미국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 뮌헨 외곽에 사는 변호사 아힘 디어가르텐 씨(67)는 올여름 아내와 함께 샌디에이고,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서부 해안을 약 2주간 드라이브할 계획이었지만 여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 왔으며, 미국에서 추방되거나 구금된 유럽인들의 휴대전화 수색 소식을 들은 후 여행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입국심사에서 제지당하거나 심지어 체포될까 봐 걱정해야 한다""적어도 앞으로 4년 동안은 미국에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로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런던에 사는 은퇴한 임원 데이비드 번 씨는 늦여름 뉴욕 US 오픈 테니스 선수권 대회 참가를 위해 약 7000달러(970만 원)를 소비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방문객들에게 적대감을 보인다고 판단하여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 산토리니 섬으로 2주간의 여행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휴가에 꽤 적은 돈을 쓰게 된다""다른 곳으로 가는 것으로 선택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 관광업계 85억 달러 손실 전망


관광경제연구소는 당초 올해 미국 내 해외 관광객 지출이 16%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약 85억 달러(1176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약 5% 줄어든 수치다.

캘리포니아주 노스 할리우드 갈랜드 호텔 총지배인 스콧 밀스는 올해 해외 방문객이 약 30% 줄었다고 밝혔다. 향후 몇 달 동안의 예약률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 호텔의 고객 중에는 영국인, 호주인, 캐나다인이 많다.

밀스는 지난 1월에 수천 채의 가옥을 파괴한 산불을 언급하며 "일부는 정치 문제이고, 일부는 비자 발급에 대한 두려움이고, 또 일부는 화재의 시각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이 도시 전체가 불타 버렸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행 및 관광 산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를 차지한다.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이 전반적인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캐나다 국경 근처 마을과 뉴저지주 해안가나 남대서양 연안의 해변 휴양지, 그리고 캐나다와 다른 지역에서 온 여러 세대 가족들이 여름을 보내던 메인주 등 일부 지역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광경제연구소 산업 연구 책임자 아란 라이언에 따르면, 관광 산업은 수요 변화를 흡수할 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흐름을 뒤바꿀 방법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일부는 국내 관광이 그 공백을 메우기를 바라지만, 미국인들은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휴가 계획을 줄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미국인보다 체류 기간이 길고 지출도 더 많아 수익성이 더 높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