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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매칭 앱 시대, 연애의 본질은 변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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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매칭 앱 시대, 연애의 본질은 변치 않았다

이리저리 '밀고 당겨도' 가치관과 관심사의 일치 확인부터
현대 연애, 4단계 모델로 풀어내다
애플 아이폰에 '데이트 앱 틴더(Tinder)'가 보인다.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에 비해 4배 이상 모바일 앱을 통해 온라인 데이팅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아이폰에 '데이트 앱 틴더(Tinder)'가 보인다.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에 비해 4배 이상 모바일 앱을 통해 온라인 데이팅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오늘날의 삶은 5년, 10년, 20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를 겪은 세계처럼 연애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데이트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 학술지 '퍼스널 릴레이션십스(Personal Relationships)'에 실린 일리노이대학교 브라이언 오골스키(Brian Ogolsky)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라고 포브스 재팬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칭 앱(소개팅 앱) 부상, 소셜 미디어의 영향, 그리고 결혼과 성(性)에 대한 사회적 시각 변화를 고려하면 '연애가 발전했다'고 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현대의 연애 관계가 전개되는 방식에는 4가지 명확한 단계가 있으며, 그 정의는 과거와 놀랍도록 다르지 않다고 외신은 전했다.

◇ 캐주얼한 관계…'밀당' 속 서로의 관심사 일치 여부 탐색은 여전


오골스키 교수 연구팀은 10년 간격으로 대학생들의 연애관을 조사했다. 2012년 학생 126명, 2022년 학생 133명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연애 관계의 단계를 순서대로 설명해 주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변을 비교한 결과, 두 해 모두 비슷한 패턴이 드러났다. 첫 번째 단계는 오골스키 연구팀이 '캐주얼한 관계'라고 부르는 것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참가자들은 거의 비슷한 표현을 사용하며, 연인이 될 수 있는 두 사람이 "연애 관계의 기초가 될 공통의 관심사"를 찾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른 학생은 상대방 외모에 끌리거나, 상대방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가장 적절한 묘사는 한 학생의 설명이었다. 그는 "어느 한쪽이 노골적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서로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쪽이 캐주얼한 관계에 응하지 않으면 여기서 끝난다"고 전했다.

기술이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는 방식을 크게 바꿨지만, 1단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관계를 맺기 전에 먼저 두 사람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친해지기 전에 상대방을 관찰하고, 작은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며, 스스로도 신호를 보낸다. 이 과정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스와이프 방식 인터페이스나 알고리즘도 이 행위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앱이나 기기를 통한 소통은 분명 캐주얼한 관계로 이어지는 새로운 길을 만들었지만, 불확실성이나 취약성이 전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두 해의 학생들은 캐주얼한 관계가 온라인에서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며칠간 채팅하고 밈을 주고받으며 기대를 부풀릴 수 있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끌리는지, 대면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늘었음에도, 추구할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인간이다. 방법은 달라져도 심리는 변하지 않는다.

◇ 가능성 있는 관계…'이해하고 싶다'는 인간의 욕구


연애 관계로 나아가는 두 번째 단계를 연구팀은 '가능성 있는 관계'라고 명명했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 단계를 특히 연애 궁합이라는 점에서 탐색의 단계로 정의했다.

한 학생은 이 단계의 특징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 데이트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학생은 이 단계를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기 위해 만나고, 여러 장소에 나가는 시기"라고 표현했다.

전반적으로, 한 학생의 설명이 가장 잘 나타냈다. 그는 "조금 진지해지면, 좀 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원하고 데이트를 하고 싶어진다. 몇 주에 한 번씩 한두 번 데이트하고, 그 사이에 점심을 몇 번 함께 먹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 단계에서는 "당신이 좋다"에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싶다"로 나아간다. 아직 모호함, 즉 잘 풀리지 않을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연애 관계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데이트를 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속으로 상대방을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우연한 만남과 손쉬운 만족감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진 시대에도 사람은 상대방을 평가하는 이 느린 기간을 진정으로 원한다. 이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서로를 알아가려는 움직임은 자동화되어 있지 않으며, 잘 쓰인 프로필이나 엄선된 사진에만 의존할 수 없다.

디지털 플랫폼이 접촉을 용이하게 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친밀함과 신뢰를 쌓는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오늘날 우리는 타인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지만, 얼마나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지는 여전히 신중하다. 이 단계의 신중함은 이른바 '이해하고 싶다'는 인간의 영원한 욕구를 보여준다.

◇ 교제 중…현대에도 '한 사람에 대한 약속'은 유효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로맨틱 지수가 높아지는 세 번째 단계는 상대방을 한 사람으로 좁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학생들이 말하는 이 '교제 중' 단계는 공식적인 관계라는 느낌을 포함한다. 한 학생은 이 단계를 "자신이 교제 중이라고 선언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른 학생은 이 단계에서 "다른 사람과 다정하게 지내거나 데이트하는 것은 바람을 피우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교제 중이라는 선언 자체뿐 아니라, 학생들은 이 단계를 "사랑해"라는 말을 주고받거나, 서로의 친구나 가족을 만나거나, 몸과 마음이 친밀해지는 등 연애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겼다.

연애 관계를 둘러싼 사회적 규범이 더 유연해졌음에도, 이 단계는 일관적이다. 관계자 전원 동의하에 여러 사람과 연애 관계를 맺는 폴리아모리(polyamory), 한 사람으로 좁히지 않고 여러 사람과 데이트하는 캐주얼 데이트,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관계를 맺는 아나키(anarchy)는 10년 전보다 더 눈에 띄고 널리 논의되었다. 하지만 학생 대다수는 여전히 상대방을 한 사람으로 좁히는 것을 결정적인 지표로 보았다.

선택지가 넓어졌음에도, 대부분의 사람이 '이 사람과 교제하고 있다'는 명확하고 오해의 여지 없는 선언에 가치를 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단계가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반드시 연애 탐색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가 잘되고 있다는 느낌과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확함이 앞으로 다양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관계를 지탱한다.

◇ 미래 결정…결국 사랑은 '지속 가능한지'의 문제


학생들은 마지막 네 번째 단계를 의사 결정의 시기라고 설명했다. 즉, 동거, 약혼, 결혼 등 인생을 함께하겠다는 큰 약속을 하거나, 최종적으로 관계를 해소하는 선택이다.

한 학생은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결점은 있다"고 설명하며 "목표는 그 사람의 결점을 사랑할 수 있거나, 적어도 지나친 불만을 품지 않고 용인할 수 있는 상대를 찾는 것이다. 한동안 함께 지내다 보면, 350% 완벽하게 지내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이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다. 상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그래도 사랑하는지, 아니면 싫어지기 시작하는지 둘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오골스키 연구팀이 설명하듯이, 이 단계는 정확히 1~3단계의 연속이 아니라 기로에 선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겉치레가 사라진다. 당신은 상대방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서로의 가치관이 맞는지, 각자 어떤 장기적인 희생을 기꺼이 감수할(혹은 감수하지 않을) 의향이 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당신이 판단할 것은 서로 사랑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여부다.

약속의 내용이 결혼이든 동거든, 아니면 단순히 장기적으로 함께하겠다는 두 사람의 합의든, 판단해야 할 필요성은 변함없다. 지난 10년간 사회의 발전이 이러한 약속의 내용물을 바꿨을지 모르지만, 연인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거나, 의식적으로 연인에게서 멀어질 필요성을 없앤 것은 아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