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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예산 감축에 ‘어민·벌목·농민 안전교육’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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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예산 감축에 ‘어민·벌목·농민 안전교육’ 중단 위기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버리포트에서 ‘어업 파트너십 지원 서비스’의 안전 교육 과정에 참가한 어부들이 선박 누수를 막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버리포트에서 ‘어업 파트너십 지원 서비스’의 안전 교육 과정에 참가한 어부들이 선박 누수를 막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연방정부 예산 축소로 어민과 농민, 벌목 노동자 등 미국의 필수적인 고위험 직종 종사자들의 안전교육이 조만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1일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직업안전보건연구소(NIOSH) 소속 인력 약 1000명 중 875명을 해고했으며 이 가운데 농업·벌목·어업 안전을 담당하던 센터 지원 인력이 대부분 포함됐다. 이같은 구조조정은 고위험 직종 노동자 대상 교육과 연구의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 동부 해안에서 어민 수천 명을 교육해온 민간단체 ‘어업파트너십지원서비스(FPSS)’는 오는 9월이면 NIOSH의 재정 지원이 끊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체는 해양 구조 전문가 출신 강사들이 어민들에게 생존수트 착용법, 화재 대피 훈련, 구조 신호 전송법 등을 가르쳐왔다.

상업어부 로비 로버지는 지난해 8월 선박 ‘쓰리 걸스’의 조타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몇 달 전 FPSS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승무원을 구조복에 태우고 구명보트를 펼쳐 무사히 탈출했다. 로버지는 지난달 20일에도 교육을 받기 위해 선박 운항을 조기 종료하고 FPSS 교육 현장을 찾았다. 그는 “경험은 많지만 위기 상황 대처법은 따로 배워야 한다”며 “이 교육은 생명을 구한다”고 말했다.
NIOSH 예산 삭감 여파는 알래스카, 플로리다, 아이오와 등 12개 지역 농업안전보건센터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이들 센터는 위험한 장비를 다루는 방법뿐 아니라 고립된 농어촌 환경에서 발생하는 청력손실, 고혈압, 마약 중독 등 만성적 위험요소에 대한 건강 교육도 병행해왔다.

플로리다대 동남해안농업안전보건센터 책임자인 글렌 모리스 교수는 “9월 29일 이후 지원이 끊기면 우리는 노동자 교육과 연구를 모두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오와대 그레이트플레인즈센터의 르네 앤서니 소장은 “현장 보건소를 찾아가 농민의 청력 손상이나 마약 사용을 연구해왔지만 이제는 유지가 어렵다”고 했다.

뉴욕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북동부센터는 지난해 한 해에만 5600명이 넘는 어민·벌목 노동자를 교육했다. 하지만 이 센터 역시 예산 중단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부 민간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동북부전문벌목협회(PLC)의 다나 도런 회장은 “교육 신뢰를 얻기까지 수년이 걸렸는데, 이제 와서 그 신뢰를 잃게 생겼다”고 말했다.

미 해양경비대 구조대에서 31년을 근무한 FPSS 강사 존 로버츠는 “정부가 이 교육에 투자한 만큼 해상 구조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이 예산은 결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쓰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보건복지부는 “농민, 어민, 벌목 노동자를 위한 업무는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월 “불필요한 관료조직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NIOSH를 폐지하고 다른 부처와 통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어업·농업·벌목 노동자의 사망률은 10만명당 24.4명으로, 전체 평균의 7배에 달한다.

교육을 받았던 글로스터 출신 어민 알 코토네는 “민간에서는 이 정도의 교육을 받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끊으면 결국 위험 속에서 누가 살아남을지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