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30일 600개가 넘는 도시, 카운티, 주를 ‘연방 이민법 집행을 고의적이고 부끄럽게 방해하고 있는 곳’이라고 규정하며 명단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이뤄진 조치로, 연방 계약 중단과 법 위반 가능성까지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명단에는 지난 1월 시의회 만장일치로 ‘불법 이민자를 위한 피난처 도시가 아님’을 선언한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까지 포함됐다. 이 도시의 팻 번스 시장은 “이건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벌써 연방 정부에 항의 전화를 했다”며 “도대체 누가 이 명단을 만든 건지 정말 궁금하다. 매우 부주의한 일”이라고 밝혔다.
헌팅턴비치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네브래스카주 후커카운티, 이민자 유입이 거의 없는 콜로라도주 킷카슨카운티, 보수 성향이 강한 버지니아주 테즈웰카운티 등이 명단에 포함돼 당혹감을 나타냈다.
줄리 크레이 네브래스카주 후커카운티 커미셔너는 “우리 카운티는 인구가 700명밖에 안 되고 이민자들이 몰려오는 곳이 아니다”며 “주택이나 기반시설도 부족한데, 우리가 피난처 도시라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킷카슨카운티의 커미셔너 데이브 호르눙도 “우리는 피난처 카운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카운티는 2년 전 이민자 버스 하차를 막기 위해 제재 조례를 추진하고, 피난처 도시가 아님을 명문화한 바 있다.
이번 명단이 어떻게 작성됐는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혼선을 키우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연방 법 집행에 대한 협조 여부, 정보 제한 조치, 불법 이민자에 대한 법적 보호 조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어떤 정책을 바꾸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과거 무기 소지권 보호나 낙태 금지 선언처럼 ‘피난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결의안이 오해를 불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보수 성향의 시의원이 직접 나서 국토안보부에 항의해 명단에서 제외된 사례도 있다. 베네수엘라 갱단이 장악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콜로라도주 오로라시는 명단에서 빠졌다. 시의원 다니엘 주린스키는 “우리는 피난처 도시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해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실제 피난처 도시임을 자처해온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나는 연방 기금 삭감을 우려해 수주 전부터 활동가들에게 침묵을 당부해왔으며 실제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명단 오류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 효율부가 주도한 예산 삭감 명단에서는 사실관계 오류가 다수 발견됐고 남극 인근 무인도에까지 관세를 부과한 사례도 있었다. 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 건강 보고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연구를 인용해 비판을 받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