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초 지연도 용납 못한다...전력망 가장자리 기술혁신 시급"
중앙 집중식 관리체계 한계 돌파 위해 분산형 AI 필수
삼성전자와 퀄컴은 올해 3월 10억 분의 1초(ns) 반응 속도의 AI 칩을 공동 개발
중앙 집중식 관리체계 한계 돌파 위해 분산형 AI 필수
삼성전자와 퀄컴은 올해 3월 10억 분의 1초(ns) 반응 속도의 AI 칩을 공동 개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은 2020년 대비 3배 증가했으며, 미국 내 전기차 충전량이 전체 수요의 7.3%를 차지하는 등 에너지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주거용 태양광 설치량이 480GW(기가와트)에 달해 전력망 운영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 43개 변전소 동시 마비 사태 교훈
2023년 8월 미국 텍사스 대정전 사례는 중앙집중식 시스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시 감시제어시스템(SCADA) 처리 지연으로 15분 만에 43개 변전소가 차례로 정지하며 지역 전체가 암흑에 빠졌다. 파워 매거진(Power Magazine)은 최신 호에서 "중앙 시스템이 문제를 인지하기까지 평균 2~3초가 소요되는 현실에서, 현장에서 0.001초 단위 자동 대응 시스템 없이는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퀄컴은 올해 3월 10억 분의 1초(ns) 반응 속도의 AI 칩을 공동 개발해 주목받았다. 이 칩은 변압기 온도 상승·전압 불균형 등 27개 이상 징후를 실시간 분석해 자동 조정장치(ATS)를 가동한다. 실험 결과 연쇄 정전 발생 위험을 기존 대비 72%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 6시간 전 고장 예측 시스템 도입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지난달 15일 새 가이드라인을 통해 "2030년까지 모든 변전소에 AI 예측정비(PdM)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센서 데이터 분석을 통한 6시간 전 고장 예측 ▲이상 감지 시 0.1초 내 예비전원 투입 ▲에너지 수급 균형 자동 조정 등 3단계 기능을 갖췄다.
스탠퍼드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RI) 제이슨 슈워츠 박사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38%에 이른 현재, 중앙 의사결정 시스템은 한계에 직면했다"며 "에너지 생산·소비 지점에서 초고속 AI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기술 전환은 1920년대 교류전력 도입 이후 10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로 평가받는다.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4월 자 특집에서 "분산형 AI 시스템 확산이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며, 2030년까지 전 세계 전력망 투자의 60%가 이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