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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모더나, 팬데믹 영웅에서 '백신 정책 변화' 희생양으로…생존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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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모더나, 팬데믹 영웅에서 '백신 정책 변화' 희생양으로…생존 시험대

트럼프 2기 행정부發 규제 강화·백신 회의론에 '휘청'
mRNA 외길 전략 한계…현금 고갈 위기 속 신약 성공 절실
한때 팬데믹 영웅으로 불렸던 모더나가 트럼프 2기 행정부발 규제 강화와 백신 회의론에 직면하며 생존 시험대에 섰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때 팬데믹 영웅으로 불렸던 모더나가 트럼프 2기 행정부발 규제 강화와 백신 회의론에 직면하며 생존 시험대에 섰다. 사진=로이터
한때 코로나19 팬데믹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미국 생명공학 기업 모더나가 백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와 기술 규제 강화의 파고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백신 규제, 권고, 개발에 대한 정책을 대폭 수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mRNA 백신으로 극찬을 받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모더나는 최근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차세대 코로나19 백신을 고령자 및 12~64세 고위험군으로만 사용을 승인받아, 대상이 대폭 축소되며 또 한 번의 난관에 부딪혔다. 이러한 상황은 모더나를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모더나는 백신의 핵심 기술인 mRNA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다양한 질병의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섰으나, 코로나19 백신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후 제품군 다변화에는 실패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후 제품군 다변화에 실패한 모더나에게, 트럼프 2.0 행정부가 mRNA 기술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며 백신 규제·권고·개발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는 움직임은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미 보건복지부(HHS)는 조류독감 등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7억 6600만 달러(약 1조 555억 원) 규모의 모더나 계약을 해지했다. FDA 또한 코로나19 백신 승인 기준을 강화해, 임상시험 등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모더나는 독감-코로나19 혼합 백신의 FDA 승인 신청도 철회(추후 데이터 확보 후 재신청 예정)했다.
이러한 악재 속에 모더나는 비용 절감과 팬데믹 이후의 생존 전략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 mRNA 코로나19 백신으로 막대한 수익(연 매출 200억 달러, 주가 최고 484달러)을 올렸으나, 이후 제품 다각화에 실패해 현재는 mRNA 기술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2025년 들어 코로나19 백신 수요 저조,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 판매 부진 등으로 주가가 35% 하락, 팬데믹 이전 수준(약 25달러)으로 돌아갔다. 2021년 주당 484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팬데믹 이전 수준인 약 25달러로 주저앉은 것이다.

◇ 규제 칼날과 시장 외면, 이중고 직면

금융 회사 미즈호의 재러드 홀츠 헬스케어 전략가는 "백신 사업을 하기에 좋지 않은 시기"라며 "현 행정부가 보여준 성향은 분명 그들에게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HHS 대변인은 "과학의 황금률을 충족하는 증거 기반 기술을 통해 발전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FDA, HHS 등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백신 회의론(특히 HHS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mRNA 백신은 효과가 없다"는 발언 등)으로 사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mRNA 백신을 포함한 특정 호흡기 질환 백신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발언한 바 있으며, 지난 5월 중순에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더 이상 임산부와 어린이에게 일상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화이자 등 다수의 제품을 판매하는 대형 제약사들도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다. 반면 현재 모더나가 승인받은 백신은 3종(코로나19, RSV 등)뿐이며, 암, 희귀질환, 대상포진, 라임병 등 다양한 mRNA 백신/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이 있으나 진척이 더디다. 특히 RSV 백신은 화이자, GSK 등 경쟁사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낮다.

독감-코로나19 혼합 백신 신청 철회에 대해 모더나는 FDA가 더 많은 독감 데이터를 요구해 협의 후 결정한 사안이며, 올해 말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재신청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계약이 취소된 조류 독감 백신에 대해서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계약이 체결됐고, 초기 연구에서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조류 독감 백신이 "과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후 계약을 해지했다고 당시 HHS 대변인이 밝혔으며, "이것은 단순히 효능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 무결성, 신뢰의 문제"라며 "mRNA가 여전히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모더나 대변인은 "팬데믹 기간 동안의 결과, 특히 입증된 효능과 전 세계 10억 명 이상에게서 확립된 안전성 프로필이 이를 대변한다"고 맞섰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새 행정부가 고위험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순긍정적"이고 큰 시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같은 달 인터뷰에서 모더나가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효능이 없거나 안전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싶지 않다"는 목표는 정부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이전 FDA 승인 제품이 전무했던 모더나는 2020년 트럼프 행정부의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일환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백신으로 모더나의 연간 매출은 2년간 거의 200억 달러(약 27조 5600억 원)에 달했고, 직원 수는 5800명으로 늘어났다.

◇ 'mRNA 올인' 전략의 그늘과 재정 압박

그러나 이후 mRNA 기술에만 집중하며 신규 제품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었고, 일부 연구는 기대에 못 미치거나 규제상 차질을 겪었다. 홀츠 전략가는 "그들은 전쟁을 위해 탱크를 만들었지만, 이제 전쟁은 끝났다"며 "내 생각에 그들은 더 이상 사업 모델이 없다"고 혹평했다.

모더나는 연구개발비와 인력 감축, 파이프라인 축소 등 비용 절감에 나섰고, 2025년 추가 10억 달러(약 1조 3780억 원) 절감 계획을 밝혔다. 2025년 3월 말 기준 현금 및 투자자산은 84억 달러(약 11조 5752억 원, 3개월 전 대비 감소)이며, 현재 속도로는 18개월 내 현금 고갈 우려가 있다. 홀츠는 모더나가 자금을 조달하거나 부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모더나는 연말까지 현금 60억 달러(약 8조 2680억 원) 수준을 목표로 하며, 2028년까지 손실을 멈추고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주식 추가 발행 계획은 없으며, 필요시 부채 조달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팬데믹 시기 '혁신의 상징'이었으나, 정부 정책 변화, 백신 회의론, mRNA 기술 의존, 파이프라인 부진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현금 소진 속도가 빨라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수 있으며, 신제품 성공과 시장 확대가 실패할 경우 장기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신규 수요와 RSV 백신의 적응증 확대가 향후 실적의 관건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