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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시진핑 '철권통치' 흔들리나… 정치국 회의 침묵 속 군부 균열 '이상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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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시진핑 '철권통치' 흔들리나… 정치국 회의 침묵 속 군부 균열 '이상 경고'

5월 정치국 정례회의 개최 여부 '깜깜무소식'… 당 규약 위반 논란 속 권력 내부 '무슨 일 있나'
국방부장 국제회의 돌연 불참, 군 핵심인사 연쇄 잠적·삭제… 최고지도부 권력 암투설 '솔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의 철권통치에 큰 금이 가고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의 철권통치에 큰 금이 가고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철권통치에 큰 금이 가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핵심 월례회의인 5월 정치국 회의 개최 여부가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군 최고위층의 숙청설과 모습 감추기 같은 이상한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시 주석 정권의 안정성이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년간 중국 특파원과 지국장을 지낸 중국 전문가, 나카자와 가쓰지 닛케이아시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은 5일(현지 시각) 중국 안 사정을 바탕으로 이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권의 힘과 안정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이상한 상황 속에서 5월 핵심 월례회의를 열었는지에 대해 공식 매체의 발표가 없다. 중국 공산당 최고위급 관료 24명으로 꾸려진 정치국은 매월 한 차례 회의를 열도록 되어 있다. 지난 4월 25일 지도부가 회의를 열었을 때 관영 신화통신은 당일 늦게 이를 보도했다. 5월 회의를 열었는지에 대한 공식 언급이 없는 점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 월례 정치국 회의 '실종'…권력 핵심부 이례적 침묵


당 총서기를 함께 맡고 있는 시 주석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쏠려 있다. 따라서 그의 정권은 완전히 안정적이어야 하며, 월례 정치국 회의를 건너뛸 까닭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회의가 실제로 열렸으나 비밀 논의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 또는 시 주석의 자신감이 조금 흔들렸을 가능성 같은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최고 지도자는 항상 빠르게 움직여 결단력 있는 조치를 하고, 누가 실권자인지를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는 그가 되풀이해온 통치 방식이었다.

만약 지난달 정치국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다면, 일부에서는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시 주석 정권은 자주 기존 관행을 깬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기 정치국 회의 개최는 당 규약에 명시된 의무 사항이다. 중앙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정치국 회의는 보통 정기적으로 열리며, 중요한 일이 생기면 필요에 따라 열 수도 있고, 의제는 당 총서기가 정한다. 여기서 '정기적'이라는 말은 월 1회를 뜻해 왔다. 정치국 회의를 열지 않은 사실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당 규정 위반일 뿐 아니라 시진핑 체제 안에 심각한 이상 신호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치국은 또한 월례회의와 같은 날 필요에 따라 집단학습도 한다. 지난 4월에는 정치국 회의 개최 발표와 함께 정치국 집단학습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정치국에는 시 주석이 이끄는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이 들어간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치국보다 더 비밀스럽고 보통 한 주에 한 번 회의를 하지만, 정치국 회의와 달리 회의를 열었다거나 논의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는다.

5월에 정치국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면 시진핑 정권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이 틀림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중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여러 추측이 넘쳐나는 배경이다.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는 이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일부 제공한다. 둥쥔(董军)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해 행사에는 참석했지만, 올해 큰 규모의 안보회의에는 빠졌다. 둥 부장이 빠진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가 아시아 안보 마당에 처음 나와 중국을 거세게 비난했다. 중국은 이 행사에 대표를 보내지 않아 조용했다. 관세와 다른 문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치열하게 맞서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던 시진핑 정권이 어쩌다 이런 일을 그냥 두었는지 의문이 커진다.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지난해에는 참석했던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에 불참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지난해에는 참석했던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에 불참했다. 사진=로이터

◇ 연쇄 숙청·잠행…인민해방군 수뇌부 '살얼음판'


둥 부장이 빠진 것은 나라 안 정치 문제, 특히 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 지도부의 심상치 않은 문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샹그릴라 대화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리는 동안 국방부는 누리집의 중앙군사위원회(CMC) 위원 명단에서 전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주임이었던 먀오화(苗华)의 이름을 갑자기 지웠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먀오화는 군 안에서 시 주석을 정치적으로 대신한다고 알려졌던 인물로, 2024년 11월 중국 당국이 밝힌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직무를 정지당했다. 그러나 당의 추가 징계 조치에 대한 공식 발표가 없어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명단에는 계속 남아 있었다.

먀오화의 이름이 갑자기 지워지면서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은 시 주석과 현역 장교 4명 등 5명으로 줄었다. 그래서 지금 중국 군 최고지휘부인 중앙군사위원회는 시 주석을 넣어 겨우 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러한 변화가 중국 안뿐만 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세계 안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공식 설명은 없다.

중국 국방부는 누리집의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전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주임이었던 먀오화의 이름을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지웠다. 사진=중국 국방부 누리집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방부는 누리집의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전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주임이었던 먀오화의 이름을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지웠다. 사진=중국 국방부 누리집 갈무리

◇ 시 주석 최측근도 행방불명…내부 권력 암투설 증폭


다른 문제도 있다. 현재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인 허웨이둥(何卫东)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과거 먀오화와 정치적으로 가까웠던 그는 두 달 반 넘게 공식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으며, 이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그는 또 다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장유샤에 이어 군 서열 2위이며, 정치국원 24명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시 주석에게 가장 가까운 도움을 주던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군 최고 지휘부에서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주요 인물이 오랫동안 모습을 감추고, 갑자기 인사가 바뀌는 일들은 시 주석에게 쏠린 막강한 권력이 거꾸로 체제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만약 둥쥔 국방부장이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했다면 여러 사람에게서 빗발치는 질문을 받았을 것이고, 그 가운데 일부는 중국 군부를 둘러싼 풀리지 않는 의문에 관한 것이었을 테다. 둥 부장은 중국의 군사외교를 맡고 있지만, 아직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에 답할 권한이 없다. 허 부주석이 오랫동안 공식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터라 중국이 정치국 회의를 열었는지와 논의한 내용을 발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5월 19~20일 허난성 시찰 뒤, 5월 21일부터 31일까지 시 주석이 참석한 중요 회의에 대한 언론 보도는 없었다.

한편, 쉬치량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지난 월요일(6월 2일)에 알려졌다.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는데, 75세인 그는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열린 군 원로와 퇴역 군인들을 위한 행사에 나왔을 때 건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늘 하던 대로라면 시 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이 고인에게 슬픔을 나타낼 기회가 있어야 한다.

2019년 먀오화가 북한 평양공항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2024년 11월 먀오화는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직무를 정지당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19년 먀오화가 북한 평양공항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2024년 11월 먀오화는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직무를 정지당했다. 사진=AP/뉴시스

◇ 톈안먼 36주년의 아이러니…과거 정치국 결정과 '데자뷔'?


공교롭게도 수요일(6월 4일)은 민주화 시위 학생들을 유혈 진압한 톈안먼 사건 3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89년 사건으로 이어진 여러 일은 약 2년 전 정치국 위원들과 다른 당 고위층 회의에서 비롯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정치국 회의가 체제 변화의 불씨가 된 역사적 사례(후야오방 해임 등)와 현재 상황을 견주는 시각도 있다. 그 회의는 1987년 1월 16일에 열렸으며, 참석자들은 당시 후야오방 총서기를 해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런 식으로 개혁·개방의 인기 있는 선두 주자였던 후야오방은 1986년 중국 곳곳으로 번진 민주화 시위에 미지근하게 대처한 책임을 졌다. 당시 시 주석의 아버지이자 전 부총리였던 시중쉰은 후야오방 해임에 목숨을 걸고 세게 반대했다. 시중쉰의 거센 반대는 후야오방 해임을 공식화하기 위한 확대 정치국 회의 소집을 꽤 늦췄다. 그 회의 약 2년 뒤인 1989년 4월 후야오방이 갑자기 숨졌다. 개혁을 이끌던 지도자의 죽음은 1989년 6월 4일 비극적인 톈안먼 광장 진압으로 끝난 큰 규모의 민주화 학생 시위를 일으켰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지금, 정치국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중국 정치에서 중심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나친 권력 집중은 겉보기 안정과 달리 내부적으로 군과 당 핵심 인물의 잦은 교체와 회의 비공개 같은 일로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5월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열지 않았다는 의혹과 군 최고 지휘부 인사의 잇따른 자리에서 물러남, 주요 인물의 모습 감추기 등은 시진핑 체제의 안정성에 큰 의문을 던진다. 중국 정치가 알 수 없고 불안정한 모습이 깊어지는 신호이자 앞으로 중국 안팎 사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군사와 안보 쪽 혼란과 정치국 회의를 열지 않은 것 같은 여러 일들은 중국 안팎에 체제 불안 신호로 보이며, 앞으로 중국의 정책 방향, 다른 나라와의 관계, 나라 안 권력 다툼 등에서 꽤 큰 변화가 있을 수 있어 관련 움직임을 더욱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