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리서치회사 제국데이터뱅크가 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일본 내 카레 가게들의 파산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지난해인 2024년도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24년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발생한 인도 요리점 등을 포함한 카레 가게의 파산(부채 1000만 엔 이상, 법적 정리)은 13건으로 집계되었다. 전년(12건)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올해인 2025년도에도 이미 2건의 파산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개인 영업 등 소규모 점포의 폐업·폐점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카레 가게가 시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 '카레'라는 메뉴는 ‘망하지 않는 외식 업종’으로 여겨진다. 일본 내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메뉴인 데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테이크아웃이나 딜리버리 업종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외식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폐점한 가게들의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또 1인 가구나 낮 시간대 회사원들의 인기 점심 메뉴 등 '1인 외식'부터 가족층까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는 메뉴라는 점, 주문부터 제공까지 시간이 짧다는 점, 준비에 필요한 재료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 등 다른 외식 업종에는 없는 경영상 장점도 크다.
이에 따라 개인 창업부터 외식 체인점의 진출, 레토르트 전문 온라인 쇼핑몰, 푸드트럭 등 규모와 형태가 다양한 카레 가게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그러나 최근 점심 수요 등에서 다른 업종과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면서 경영이 악화되는 카레 가게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채소류 외에도 그동안 안정적으로 저가로 공급되던 쌀 가격이 급등하는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중소 카레 가게의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가정에서 카레라이스를 조리할 때 필요한 원재료와 광열비 등 가격(전국 평균)을 바탕으로 계산해 식탁에 미치는 물가 상승 영향을 구체화한 '카레라이스 물가'를 보면, 2024년도는 1인분 365엔으로 지난 10년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쌀 가격 급등으로 밥값은 5년 전 대비 1.4배 상승했으며, 카레 재료인 '고기·야채'도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 쇠고기 가격 급등과 기상 이상으로 인한 야채 가격 급등으로 5년 전 대비 1.3배 상승했다. 원재료비 외에도 전기료·인건비 등 매장 운영 비용도 상승하고 있어 전반적인 폐업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제국데이터뱅크는 “현재 일본의 카레를 맛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무조건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카레에 사용되는 향신료 가격은 중장기적으로도 고공 행진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쌀과 채소 가격도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카레점의 향후 동향이 주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