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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9개국 대상 입국 제한 재개…국제사회 “제2의 무슬림 금지령” 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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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9개국 대상 입국 제한 재개…국제사회 “제2의 무슬림 금지령” 비판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뜰에서 열린 ‘서머 소아레’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뜰에서 열린 ‘서머 소아레’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19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각)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위협과 국가안보를 이유로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등 12개국 국민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으로 부룬디, 쿠바, 라오스,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베네수엘라 등 7개국에 대해서도 비자발급 제한 등의 부분적 조치를 시행한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2017년 트럼프의 첫 임기 초기에 있었던 이른바 '무슬림 금지령'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9년 8월에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2018년에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을 ‘거지소굴’이라고 표현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연설에서 최근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이집트 출신 망명 신청자가 반유대주의적 동기로 시위대를 공격한 사건을 거론하며 이번 조치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집트는 금지 대상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세계적인 싱크탱크인 영국 채텀하우스의 아흐메드 술레이만 연구원은 “중동 외교에서 이집트의 영향력을 감안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발표 직후 중앙아프리카 국가 차드는 미국 시민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으로 맞대응하며 “차드는 비행기도 없고 달러도 없지만 자존심은 있다”고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소말리아 정부는 “오랜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대화를 통해 우려를 해소할 준비가 돼 있다”는 외교적 대응에 나섰고 소말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는 X를 통해 “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가혹하다”며 이번 조치를 비판했고 아프가니스탄 난민지원단체 #AfghanEvac의 션 밴다이버 대표는 “이 조치는 정치적 연극이자, 관료주의로 포장된 제2의 무슬림 금지령”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포함된 데 대해 비판이 거세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 이후 약 20만명이 미국으로 이주했고 최근 1년 동안만도 약 1만4000명의 난민이 재정착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미국과 20년간 함께 싸운 동맹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토연구소 알렉스 노라스테흐 부소장은 “입국이 금지된 12개국 출신 이민자 가운데 미국에서 테러를 일으킨 사례는 단 한 건뿐이었다”며 “1975년부터 2024년까지 이들 국가 출신 테러리스트에 의해 살해당할 확률은 연평균 1/139억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회도 “미국이 국경을 보호할 권리는 인정하지만, 오랜 파트너십을 고려해 균형 있고, 근거 중심적이며 협력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토머스 기프트 정치학 교수는 “이번 조치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의 연장선”이라며 “미국이 더 이상 세계를 환영하는 다원주의 국가가 아님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