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터 함께"…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과 기술 생태계 구축
고마진 기회 이면의 '특정 고객 의존도 심화'는 숙제
고마진 기회 이면의 '특정 고객 의존도 심화'는 숙제

최 회장은 지난 5월 29일 일본 닛케이 아시아와 한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미래 전략 방향으로 이같이 제시했다고 닛케이 아시아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AI 열풍을 타고 미국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핵심 기업으로 떠올라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메모리는 더는 어떤 제품이든 상관없고 저렴할수록 좋다는 식의 범용 상품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 USB, PC용 D램 같은 메모리 칩이 국제 표준에 맞춰 대량 생산되는 구조였으나, AI 시대가 오면서 특정 고객의 요구에 맞춘 고성능·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산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 HBM이 연 '고객 맞춤·락인' 시대
최 회장은 "앞으로 메모리 칩이 점점 더 맞춤형 제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칩 설계 회사의 특정 요구에 맞춰 개발하고, 고객을 SK하이닉스의 기술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HBM은 엔비디아의 AI 칩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으로, SK하이닉스는 이 분야의 선두 주자다. 특히 최첨단 제품인 HBM4e는 기존 HBM에 비해 고객 맞춤 설계가 더 쉬워, 2026년부터 엔비디아 제품에 탑재한다.
최 회장은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는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설계를 협력할 것"이라고 말해, 기존 대량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맞춤형 동반성장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 '양날의 검'… 높아진 이윤과 커지는 의존도
다만 이러한 맞춤형 전략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맞춤형 제품은 이윤과 단가가 높아 고부가가치 시장을 먼저 차지할 기회가 되지만, 소수 고객에 대한 의존이 깊어지는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 포르테기스 테크놀로지스의 스기야마 가즈히로 부사장은 "맞춤화는 이윤을 높일 수 있지만, AI 고객 의존도가 커지면 이들의 성장이 둔화할 때 SK도 함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러한 위험 요인을 '고객과의 동반 성장'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초기에 선택하고 락인한 고객이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도 함께 성장할 수 없다"면서 "그래서 고객이 각 분야에서 리더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 파트너의 성공이 곧 SK하이닉스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