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이후 이틀째 이어진 시위에 연방 보안요원들이 현장에서 시위대와 대치하자 주방위군 투입을 결정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폭력이 계속되면 현역 해병대 병력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캘리포니아 캠프 펜들턴 해병대는 현재 고도의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시위는 로스앤젤레스 동남부 파라마운트 지역에서 시작됐으며 시위대 일부는 멕시코 국기를 들고 연방 요원들과 대치했다. 이날 밤에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약 60여명이 “ICE는 LA에서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추가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방위군 파견에 서명하면서 “오랫동안 방치된 불법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고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법질서를 해치는 무정부 상태를 종식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X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법집행 부족 때문이 아니라 보여주기용 정치 쇼를 위해 주방위군을 보내려는 것”이라며 “폭력을 쓰지 말고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특히 헤그세스 장관의 현역 병력 투입 발언에 대해 “미국 시민을 상대로 군 병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은 광기”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 트루스소셜에 “뉴섬 주지사와 캐런 배스 LA 시장이 일 못 하면 연방정부가 나서서 폭동과 약탈을 바로잡겠다”고 적었다.
이날 시위는 이민 단속 강화 정책을 추진 중인 트럼프 행정부와 이민자 비율이 높은 민주당 주도의 로스앤젤레스 지방정부 간 갈등이 다시 격화된 양상이다.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LA 지역 인구 중 상당수가 히스패닉계 및 외국 출신으로 분류된다.
JD 밴스 부통령은 “외국 국기를 든 반란 세력이 이민 단속 요원을 공격하고 있는데 미국 정치의 절반은 국경 단속 자체를 악마화하고 있다”고 X에 올린 글에서 주장했다. 백악관 수석 보좌관 스티븐 밀러는 시위를 “폭력적 반란”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이 취재한 미 정부 관계자 2명은 아직 ‘반란법’은 발동되지 않았다고 전했으며 군은 주방위군 2000명 조달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파라마운트 시위 현장에서는 가스마스크를 쓴 녹색 제복의 보안요원들이 전복된 쇼핑카트가 널린 도로를 지키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현장에서는 최루가스가 터졌으며 일부 시위대는 체포됐다.
LA 경찰은 X를 통해 “여러 차례 경고에도 해산하지 않은 시위 참가자들을 다수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체포 인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활동가 론 고체즈(44)는 “이제는 연방 요원이 어디든 와서 우리의 노동자, 우리 사람들을 잡아가려 해도 조직적이고 강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CE는 지난 6일 밤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여 최소 44명을 체포했다. 이에 반발한 시위가 이날 처음 시작됐고 7일에도 이어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통해 “6일 시위에는 약 1000명의 폭도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의 사실 여부에 대해 로이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민자 권리단체 CHIRLA의 엔젤리카 살라스 대표는 “6일 체포된 사람들에 대해 아직도 변호인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 이민자 대대적 추방과 미·멕시코 국경 봉쇄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ICE에 하루 3000명 이상을 체포하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내 합법 거주자와 영주권자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되면서 각종 법적 소송도 제기되고 있다.
ICE와 국토안보부, LA 경찰은 7일 시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이날 추가 단속이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지난 6일 밤 LA 곳곳에서 군용차량으로 보이는 차량과 제복을 입은 연방 요원들이 도심을 질주하는 영상이 TV 뉴스로 방송됐다고 전했다. CHIRLA의 살라스 대표는 홈디포 매장 인근에서 노점상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단속 대상이 됐으며 의류 공장과 창고에서도 체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이민 단속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이런 방식은 지역 사회에 공포를 조장하고 도시의 기본적인 안전 원칙을 훼손한다.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