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쌀·타이어·썩은 바나나 향으로 'K-향수' 반항적 미학 주목

한국 뷰티 산업이 자외선 차단제, 토너, 앰플 등 피부 관리 제품에만 머무르지 않고, 향수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한국 니치 향수 브랜드 '본투스탠드아웃(BornToStandout)'이 영국 런던에 팝업 숍을 열며 본격적으로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영국 유명 패션·뷰티 매체 마리끌레르(marieclaire.co.uk)를 통해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됐다.
본투스탠드아웃은 찐쌀, 타이어, 썩은 바나나, 매니큐어 등 평범하지 않은 향을 예술적으로 담아내며 국내외 향수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이 브랜드는 약 30종의 향수를 선보이며 세계 68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 창립자 임호준 "향수는 예술...대중 취향에는 관심 없다"
본투스탠드아웃은 2022년 임호준이 만든 브랜드다. 임호준은 2020년 직장에서 해고된 뒤, "남과 똑같지 않은" 자기표현에 집중하며 브랜드를 시작했다. 임호준은 "향수를 만드는 일은 예술이고, 예술은 자기표현의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십대 때부터 특이한 향수에 관심이 많았고, 향이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의 빨간색과 흰색 병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임호준은 "한국에서 흰색은 유교의 기본을 상징한다"며, "빨간색은 예전엔 금기로 여겼지만, 반항적 의미를 담기 위해 두 색을 섞었다"고 말했다. 빨간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병은 한국적 미와 반항의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임호준은 "조향사와 함께 일할 때도 대중을 기쁘게 하는 제품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며, "독창성이 핵심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브랜드의 향수에는 찐쌀, 타이어, 썩은 바나나, 매니큐어 등 평범하지 않은 냄새가 들어간다.
◇ 대표 향수와 시장 반응
본투스탠드아웃의 대표 향수로는 '더티 라이스(Dirty Rice)'가 있다. 임호준은 "이 향은 내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며, "엄마가 매일 해주던 갓 지은 쌀밥 냄새가 살짝 나지만, 관능적이고 땀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주요 향으로는 베르가못, 아몬드, 우유, 찐쌀, 모란, 백단향, 머스크, 베티버 등이 들어간다. 이 향수는 부드럽고 위로가 되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을 주며, 여러 상황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티 헤븐(Dirty Heaven)'은 흰 꽃, 재스민, 네롤리, 통카빈, 사프란, 바닐라, 앰브록산, 머스크 등이 섞인 향이다. 이 향은 전날 밤의 냄새가 나는 가죽 재킷을 입는 듯한 느낌을 주며, 금속적이고 전통적으로 '예쁘다'고 여기지 않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나나토피아(Nanatopia)'는 육두구, 계피, 럼, 바나나빵, 캐러멜, 통카빈이 섞인 향이다. 약간 익은 바나나를 럼에 담근 듯한 향이 특징으로, 따뜻하고 중독적인 느낌을 준다.
'술취한 사프란(Drunk Saffron)'은 자두, 코냑, 사프란, 가죽, 커피, 패출리, 바닐라, 머스크가 어우러진 향이다. 고급스러운 바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천사의 가루(Angels' Powder)'는 매니큐어, 핑크 페퍼, 아이싱 설탕, 라즈베리, 솜사탕, 흰 머스크 등이 섞인 향이다. 이 향은 엄마의 화장품 가방 안쪽 냄새를 떠올리게 하며, 달콤하지만 두통을 유발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 가격과 주요 판매처, 시장 반응
본투스탠드아웃의 향수는 50ml 기준 165파운드(약 30만 원), 100ml 기준 240파운드(약 44만 원)로, 고급 니치 향수 시장에 맞춰져 있다. 주요 판매처로는 영국 셀프리지스(Selfridges), 하로즈(Harrods), 컬트 뷰티(Cult Beauty) 등이 있다.
영국 런던 팝업 숍에서 브랜드의 향수는 현지 뷰티 전문가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본투스탠드아웃의 이런 접근이 세계 니치 향수 시장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 시장 변화와 향후 전망
본투스탠드아웃은 한국적인 미와 반항의 메시지를 담은 독창적인 향수 브랜드로, 세계 68개국에서 팔리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브랜드 창립자 임호준은 "향수는 예술이고, 자기표현의 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평범하지 않은 향 조합과 독특한 병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 뷰티 산업이 피부 관리 제품에만 머물지 않고, 향수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본투스탠드아웃의 성공이 앞으로 한국 향수 브랜드들이 세계 시장에 나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