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법 채택 10주년…자사주 매입·배당 기록적 증가
교차지분 매각 가속화·행동주의 펀드 활발…"요정이 병에서 나왔다"
교차지분 매각 가속화·행동주의 펀드 활발…"요정이 병에서 나왔다"

2015년 채택된 일본의 기업지배구조법은 구속력은 없었지만, 비효율적인 이사회를 직접 겨냥하고 상장 기업들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 핵심 축 중 하나였던 거버넌스 개혁이 이제서야 본격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소재 심포니 파이낸셜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바란 공동설립자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 기업들과의 논의 및 참여 수준이 100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특히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가 기업들에게 자본 비용과 주가에 대한 인식 강화를 요청한 이후 상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변화는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일본 기업들은 기록적인 자사주 매입을 진행해 1000개 이상 기업이 총 16조8100억 엔(108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약속했다. 노무라 증권에 따르면 전년도 지급된 배당금액도 1년 전보다 16% 증가한 23조 엔을 기록했으며, 2026년 3월 회계연도에는 또 다른 10% 상승이 예상된다.
1960년대 외국인 인수 방어책으로 등장한 교차지분 매각도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월 회계연도에 7조 엔 이상의 교차지분 매각이 이뤄졌다.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교차지분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토요타자동차도 전략적 보유지분을 더욱 줄일 예정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력도 강화되고 있다.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일본에서 2024년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108건 시작돼 2018년 대비 74% 증가했다. 세계 최대 행동주의 펀드 중 하나인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일본 투자팀을 확대하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알렉산더 트리브스 APAC 주식투자 전문가 책임자는 "모든 것이 바뀐 빅뱅의 순간은 없었지만,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자사주 매입 규모, 교차지분 청산, 배당금 지급 등 양적 측면에서 상황이 훨씬 좋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선할 여지는 여전히 크다.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의 젠 시슨 CEO는 "일본 기업은 이사회 다양성과 과반수 독립이사회 구성 같은 분야에서 아직 국제 모범사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이와연구소 데이터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섹션 상장 일본 기업 중 25%만이 과반수 독립이사회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보유 현금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강력한 수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정체돼 있으며 많은 기업이 10% 미만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30% 이상 기업이 20% 이상 ROE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닛케이 지수는 거의 두 배로 상승해 작년 사상 최고치 42,224.02를 기록했다. 팰리서 캐피털의 제임스 스미스 CIO는 "일본은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거버넌스 개선, 비즈니스 전략의 긍정적 변화를 기반으로 더욱 흥미로워졌다"고 말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