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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디플레이션 우려 심화…경기침체 속 명품 가격 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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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디플레이션 우려 심화…경기침체 속 명품 가격 전쟁 격화

지난 2020년 10월 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중고 명품 플랫폼 ‘플럼(Plum)’의 라이브 방송 중 선반에 진열된 핸드백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0년 10월 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중고 명품 플랫폼 ‘플럼(Plum)’의 라이브 방송 중 선반에 진열된 핸드백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경제 전반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명품 시장까지 가격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일부 코치(Coach) 핸드백이 30달러(약 4만3100원)까지 떨어지는 등 명품 중고 시장에서 90%에 가까운 할인 판매가 속출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에 근무하는 28세 여성 리만디는 월급이 10% 삭감된 이후 새 명품 가방 대신 중고 제품만 구매하고 있다. 베이징에 지난달 문을 연 중고 명품 전문 매장 ‘슈퍼쭈안쭈안’에서 리는 “가족 재산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큰 지출은 줄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은 가격 인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 하락했다. 자본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지속적인 공급 과잉이 올해와 내년까지 중국을 디플레이션 상태에 머무르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전자상거래, 커피 등 다수 업종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명품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중고 명품 전문 플랫폼 ‘플럼’, ‘시앤위’, ‘페이위’, ‘폰후’ 등에서는 정가 대비 70% 이상 할인된 제품이 흔하고 새로 등장한 매장에서는 정가의 90% 할인도 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다쉬에컨설팅의 장리사 연구원은 “기존 명품 소비자들이 점점 중고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판매자 수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소비자 수는 정체돼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중고 명품 업계의 실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의 매장을 취재한 결과 코치의 ‘크리스티’ 핸드백은 원가 3260위안(약 65만5000원)이었으나 219위안(약 4만3100원)에 재판매되고 있었으며, 지방시의 G큐브 목걸이는 2200위안(약 44만2000원)에서 187위안(약 3만7000원)까지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고 명품 플랫폼 창업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판매자 수는 해마다 20%씩 늘고 있는데 구매자는 거의 늘지 않았다”며 “중산층의 소득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하이와 베이징 같은 대도시는 시장이 있지만 지방은 신규 매장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며 “최근 문을 연 대다수 매장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의 슈퍼쭈안쭈안을 방문한 대학 교수 장라이리는 “직접 소비하려는 목적보다 중고 판매 가격이 어떤지 알아보러 왔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여러 매장을 돌아봤지만 모두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하려고 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중국 중고 명품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산업조사기관 즈옌컨설팅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 명품 시장은 2023년 기준 연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며 시장 전반에 과잉 재고와 극단적인 가격 인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