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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자회사, 신용장 사기로 1조 2800억 루피아 피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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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자회사, 신용장 사기로 1조 2800억 루피아 피해 확인

금융감독기관, 내부통제 허점에 강도 높은 조사 착수
중견 수출업체와 결탁한 내부 직원 의혹, 법적 대응과 채권 회수 병행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우리은행의 PT 우리은행 사우다라 인도네시아의 로고. 사진=우리소다라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우리은행의 PT 우리은행 사우다라 인도네시아의 로고. 사진=우리소다라은행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자회사에서 내부 직원이 연루된 대형 신용장 사기 사건이 드러나 금융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내부 통제 미비로 해외 자회사에서도 금융사기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3(현지시각)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 데틱파이낸스(detikFinance)는 우리은행 본사 공식 입장과 인도네시아 금융감독기관(OJK) 발표를 통해 이 내용을 전했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PT 우리은행 사우다라 인도네시아(PT Bank Woori Saudara Indonesia 1906, 우리소다라은행)은 한 중견 수출업체와 관련된 신용장 거래에서 사기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번 사기 규모는 약 12800억 루피아(한화 약 10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이 금액이 해당 거래에서 은행이 잠재적으로 잃을 수 있는 전체 금액이지만, 실제로 얼마만큼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내부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본사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서 내부 통제 시스템을 통해 비정상 거래를 발견하고 글로벌 운영팀을 현지에 급파해 상황을 점검했다. 우리은행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 수출업체와의 거래에서 신용장 사기 의혹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수출업체가 신용장에 허위 정보를 포함해 제출한 정황이 포착됐고, 내부 직원이 연루된 정황도 확인됐다.

내부통제 미비 경고에도...금융감독기관, 강도 높은 조사 착수
이번 사건은 내부통제의 허점이 적발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기관(OJK)은 이미 지난해 우리소다라은행의 신용장 거래 과정에서 약점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OJK 은행감독본부장 디안 에디아나 라에(Dian Ediana Rae)"지난해 OJK 검사에서 해당 은행의 신용장 거래 과정에 취약점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한 수출업체와 관련된 만기 신용장 거래에서 내부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손해 규모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사건 발생 직후 OJK에 즉각 보고했고, 내부 조사팀을 구성해 관련 직원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은행 측은 법률 자문을 받아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며, 수출업체와도 채권 회수와 채무 상환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OJK6월 초부터 은행 경영진 전체와 긴밀히 협조하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OJK"은행의 경영 활동이 건전한 지배구조와 재무보고의 투명성, 무결성을 지키지 못한 경우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내부 직원 연루, 해외 자회사 리스크 관리 중요성 부각

이번 사건은 해외 자회사에서 내부 직원이 연루된 신용장 사기 사례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용장은 수출입 거래에서 지급을 보증하는 중요한 금융수단으로, 허위 정보를 포함한 신용장을 이용한 사기는 국내외 금융권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기 유형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비정상 거래를 적발해 신속히 대응했지만, 내부 직원이 연루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외 자회사의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 강화 필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우리은행 본사와 우리소다라은행은 해당 수출업체가 채무를 상환할 의지가 있다고 밝히며, 상환 일정과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채권 회수 가능성은 조사와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실손 규모 확정 안 돼, 경영 안정성 영향은 제한적

우리소다라은행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실제 손해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12800억 루피아는 해당 거래에서 은행이 잠재적으로 잃을 수 있는 전체 금액일 뿐, 실제 손해 규모는 내부 조사가 끝난 뒤에야 정확히 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소다라은행의 공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총 여신 잔액은 479400억 루피아(4조 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6% 늘었고, 대손충당금도 7495억 루피아(630억 원)에서 8648억 루피아(727억 원)으로 15.38% 늘었다. 부실채권 비율(NPL)1.64%에서 2.26%로 오른 상태지만, 이번 사건의 영향은 아직 손해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경영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전 지점의 영업과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본사 역시 현지법인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며, 내부 통제 강화와 리스크 관리 체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 조사와 대응 현황, 시장의 평가

우리소다라은행은 내부 조사와 함께 OJK, 현지 경찰 등과 긴밀히 협조 중이다. 은행 측은 내부 직원 중 의심스러운 인물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법률 자문을 받아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수출업체와는 채권 회수를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며, 해당 업체가 상환 의사를 밝히고 상환 일정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해외 자회사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해외 자회사에서 내부 직원이 연루된 사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본사의 글로벌 통제력과 현지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OJK는 은행의 경영 활동이 건전한 지배구조와 재무보고의 투명성, 무결성을 지키지 못한 경우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은행 본사와 우리소다라은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