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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스라엘 공습에 이란 원유 수출길 '급소' 노출…중동지역 에너지 불안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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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스라엘 공습에 이란 원유 수출길 '급소' 노출…중동지역 에너지 불안 커져

이란 최대의 원유 수출 기지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카르크섬’. 사진=비저블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최대의 원유 수출 기지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카르크섬’. 사진=비저블어스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이란 에너지 시설로 확산하면서 중동 지역 에너지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날 이란의 대표적 천연가스 생산기지인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에 드론 공격을 가하고 이란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주요 정유소와 가스 저장고도 추가로 타격했다. 이란 석유부는 이같은 공습이 불을 동반한 피해를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이란 측의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리서치 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리처드 브론즈 지정학 부문 대표는 NYT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란의 원유 수출이 집중되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카르크섬’이 장기전으로 비화할 경우 핵심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섬은 대부분의 이란산 원유가 수출되는 항만시설이 집중된 곳이다.

크루드오일 시장조사업체 케플러의 호마윤 팔락샤히 수석 애널리스트는 “만약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에 타격을 줄 생각이라면 카르크섬이 가장 손쉬운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카르크섬 외에 걸프 해역 입구 오만만 인근의 해안 도시 ‘자스크’에도 대체 수출항을 개발 중이지만 케플러는 “수출 규모나 설비 수준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역시 자국의 에너지 시스템이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이란 공격을 자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미 국내 가스 생산설비 3곳 중 2곳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 가운데 하나는 다국적 에너지기업 쉐브론이 운영하는 ‘레비아탄 가스전’이다.

석유 수입도 이스라엘 남부 아쉬켈론 항만에 의존하고 있어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팔락샤히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의 수입 경로도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확전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인근 산유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YT는 지난 2018년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 ‘압카이크’가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던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에도 이란이 비슷한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에너지 산업은 원유 수출로 국가 재정을 충당하고 동시에 핵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이다. NYT는 “이번 공습이 지난 수년간 원유 생산을 회복하기 위한 이란의 노력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에서 탈퇴한 2020년 초만 해도 이란 원유 생산량은 바닥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케플러에 따르면 현재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약 340만 배럴로 당시보다 75% 증가했고, 수출도 약 3배로 늘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FGE는 정유 제품과 전력을 포함한 이란의 에너지 수출 관련 수익이 2020년 200억 달러(약 2조7600억원)에서 2024년에는 780억 달러(약 10조780억원)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은 풍부한 자원에도 장기간 서방과의 갈등으로 인해 서방 기업들의 기술 투자 없이 독자적으로 석유·가스 산업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정유시설 노후화가 심각하고 대규모 정비에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처는 중국 소규모 정유업체들로 이들은 이란으로부터 배럴당 최대 7달러(약 9660원)의 가격 할인을 받아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만약 이들 수입이 차단될 경우 글로벌 원유시장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들어 다시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지난 5월 눈에 띄게 줄었다고 케플러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한편, 이란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21%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북쪽 해안선을 따라 위치해 있다. NYT는 “이란이 해협 통과 선박에 위협을 가할 경우 아시아와 유럽에 에너지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