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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일본제철 US스틸 인수에 ‘황금주’ 도입…민간기업 경영권 직접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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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일본제철 US스틸 인수에 ‘황금주’ 도입…민간기업 경영권 직접 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에 위치한 US스틸 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에 위치한 US스틸 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는 대가로 미국 정부에 민간기업의 실질적 지배권을 부여하는 ‘황금주’를 확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지난 2023년 12월부터 US스틸 인수를 추진해왔으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를 가로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재집권 직후 인수 계약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고 결국 일본제철은 트럼프 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황금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주식은 ‘클래스 G(Gold)’라는 이름의 우선주 1주로 대통령 본인이 직접 보유하거나 지명한 자가 행사할 수 있으며 절대 양도 또는 매각할 수 없다고 NYT는 전했다.

이 황금주는 미국철강 이사회 구성, 공장 폐쇄, 해외 이전, 원자재 조달 방식 등 핵심 경영 결정 사항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특히 회사의 생산이나 고용을 미국 밖으로 이전하거나 일정 기간 전에 공장을 폐쇄하는 등의 결정은 백악관의 사전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두 기업의 협상은 지난 12일부터 미 상무부에서 진행됐으며 트럼프 정부 측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직접 주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뉴욕 출신의 채권중개업자로 정부에 투자 업계 논리를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황금주’ 구조를 강력히 지지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황금주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미국철강의 노동자들, 그리고 국내 제조업체에 강력한 이익과 보호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철강은 현대 경제와 군의 중추”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업의 결정이 미국의 안보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US스틸 인수를 반대해온 미국철강노조의 데이비드 맥콜 위원장은 14일 내부 메모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이 인수에 반대한다고 말해왔으면서도 끝내 이를 허용한 데 실망했다”며 “이번 합의는 미국 철강 산업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황금주를 통한 민간기업 개입은 미국 정부로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과거 미국 정부가 민간기업 지분을 보유한 사례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M이나 모기지 기업 패니매·프레디맥 등에 대한 구제금융 과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정부가 일정 시점 이후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민간에 복귀시켰다.

이번 황금주는 일반 주주에게는 배당 등 경제적 이익을 주지 않는 ‘비경제적 지분’이지만 회사의 핵심 운영 사항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제 우리는 ‘황금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가 그것을 통제한다. 물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상관없지만, 이는 사실상 완전한 통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황금주’ 제도가 주로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개입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브라질은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 영국은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즈, 중국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에 황금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그간 이런 구조를 비판하며 자유시장 원칙을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스티븐 헤이퍼츠 윌슨소니니굿리치앤로사티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제 외국 기업들은 미국 투자 시 비전통적인 국가 개입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