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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캐나다, 유타·플로리다·애리조나 등 여행 ‘동결’…美 관광산업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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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캐나다, 유타·플로리다·애리조나 등 여행 ‘동결’…美 관광산업 직격탄

트럼프의 수입관세 폭탄에 캐나다 여론 급격히 악화한 여파
지난 3월 13일(현지시각) 캐나다 퀘벡주 스탠스텐드에 있는 국경검문소에서 국경수비대원이 여행객의 여권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13일(현지시각) 캐나다 퀘벡주 스탠스텐드에 있는 국경검문소에서 국경수비대원이 여행객의 여권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캐나다가 유타·플로리다·애리조나·라스베이거스·피닉스·메인 등 미국 내 인기 여행지를 사실상 '동결' 조치하면서 양국 간 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미국 관광 전문매체 트래블앤투어월드가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래블앤투어월드는 이같은 움직임이 미국 관광산업 전반에 뚜렷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트래블앤투어월드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 여행객들의 미국 방문은 '냉각'을 넘어 '동결'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2023년 기준 유타를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 중 28%가 캐나다인이었을 정도로 캐나다는 유타 관광산업의 핵심 수요처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달까지 캐나다발 미국행 항공편은 4% 줄었고 육로 여행은 38% 급감했다는 게 캐나다 통계청의 분석이다.

특히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은 캐나다 주요 도시들과의 직항 노선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탑승률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트래블앤투어월드는 “같은 시기 멕시코와 유럽행 노선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 개설된 아시아 노선도 만석이었지만 캐나다 노선은 이례적으로 한산하다”고 전했다.

양국 간 관광 수요 급감의 배경에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해방의 날' 명목의 최대 25% 수입관세 조치가 있다. 이 조치 이후 캐나다 내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여행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됐고 설문 응답자 중 절반은 “최근 미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밝혔다. 여행 계획을 취소한 이들 중 4분의 3은 “보이콧 운동에 동참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소비자 정서는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감정적 저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트래블앤투어월드는 “공항, 여행사, 호텔 예약에서 모두 캐나다인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며 “관세와 정치적 갈등이 소비자 행동을 직접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환율과 물가 상승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달러는 미국 달러 대비 약 0.73달러 수준으로 2024년 중반과 비슷하지만 최근 수년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여행 경비 역시 상승해 캐나다 가정이 플로리다 골프여행이나 유타 국립공원 캠핑 여행을 계획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소비자들의 정서도 한몫하고 있다. 트래블앤투어월드는 “미국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 분노가 정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숫자로 측정되지는 않지만 여행 수요의 실질적 하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타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파크시티, 모아브, 솔트레이크시티 등 주요 관광지가 캐나다 수요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호텔 예약률, 렌터카 수요, 가이드 투어 예약 등에서 이미 하락세가 감지되고 있으며 성수기를 앞두고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관광업계 전반도 긴장하고 있다. 트래블앤투어월드는 “이번 사태는 외교·통상 갈등이 여행 심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며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신뢰와 기대, 감정의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트래블앤투어월드는 “신뢰를 잃으면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현재 캐나다인들은 미국 대신 유럽·멕시코·자국 내 여행지를 택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이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