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라리가 두 번째 전기차 출시를 오는 2028년 이후로 연기한 가운데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가 1300마력급 초고성능 럭셔리 전기차를 앞세워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비야디는 고급 브랜드 ‘양왕(Yangwang)’을 통해 전기 슈퍼세단 U7의 고객 인도를 본격화하며 페라리의 빈자리를 파고드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스포츠카 제조사 페라리는 당초 내년 출시 예정이던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을 수요 부족 탓에 2028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에 대한 실질적인 시장 수요는 현재 ‘제로’ 수준”이라며 “지속가능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개발 시간 확보를 위해 출시 시점을 늦췄다”고 밝혔다.
페라리는 첫 번째 전기차인 ‘페라리 엘레트리카’를 오는 10월 공개하고 내년 봄 세계 최초로 공식 발표한 뒤 같은 해 10월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격은 50만 유로(약 7억270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조니 아이브가 공동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UV는 아니지만 기존 페라리 모델보다 큰 차체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페라리 내부에서는 두 번째 전기차가 본격적인 전기차 전략의 분기점이라는 평가다. 연간 1000~1200대, 5년간 총 5000~6000대 수준의 판매량을 목표로 했으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1차로 1년 연기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연기된 것이다.
페라리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오는 10월 9일 장기 사업 전략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야디는 럭셔리 브랜드 양왕을 통해 초고성능 전기 세단 ‘U7’을 이달부터 본격 인도했다. 이 차량은 모터 4개를 탑재해 최대 출력 1287마력(960kW)을 발휘하고, 0→시속 100km 가속을 2.9초 만에 마친다. 135.5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탑재해 중국 기준 최대 720km를 주행할 수 있다.
차량에는 12.8인치 곡면 센터 디스플레이, 23인치 운전자 디스플레이, 앞뒤좌석 전용 6인치 엔터테인먼트 스크린, 자율주행 지원 시스템인 ‘신의 눈 A’(God’s Eye A) 등이 탑재됐다. 이 시스템은 라이다 3개, 고해상도 카메라 13개 등 총 33개의 센서로 구성돼 있다.
차량 가격은 기본형이 62만8000위안(약 1억1830만원), 4인승 고급형은 70만8000위안(약 1억3350만원)으로 페라리 전기차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비야디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양왕 브랜드의 첫 모델 U8 SUV 이후 10개월 만에 1만대를 인도했으며, 지난달에는 U8, U9, U7을 합쳐 총 139대를 판매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제조사들이 이미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페라리의 연기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오토퍼시픽의 산업 분석 책임자 폴 와티는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페라리는 여전히 상징성이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실용성과 가성비를 갖춘 전기 슈퍼세단이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