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 세계 기업공개(IPO) 시장이 미국의 고율 관세와 시장 불확실성, 고금리 등 복합 요인에 휘말리며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 세계 IPO 발행 규모는 443억 달러(약 61조44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감소했다. 이는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지난 4월 10% 일괄 관세와 추가적인 맞춤형 무역 보복 조치를 부과한 뒤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 예측과 투자 계획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 미국·유럽은 급감…중국·일본은 반등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과 일본의 활발한 상장 덕분에 28% 증가한 168억 달러(약 23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최근 46억 달러(약 6조3700억원)를 조달하며 올해 세계 최대 규모의 IPO를 성공시켰다. 로이터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규제 완화와 투자 심리 개선이 상장 활성화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 "지금은 상장할 때 아냐"…기대감은 하반기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히 기술기업들의 상장 회피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아테나캐피털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이자벨 프라이드하임은 “지금은 기업들이 상장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며 “시장 변동성이 전례 없이 크고,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면 수익 모델이 안정적이지 않거나 현금 흐름이 불안정한 기업은 회복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하반기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핀테크 기업 차임이 성공적으로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클라르나, 제미니, 세레브라스 같은 유명 기업들의 IPO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마이클 애슐리 슐만 러닝포인트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과 유럽의 방위산업체, 인도 소비재 기업들도 연내 상장을 예고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잠잠해진다면 후반기에 ‘조금씩→급속히’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회복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