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해임 가능성을 다시 시사하면서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연준이 최근 금리를 동결한 데다 물가와 실업률 전망치를 올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후임 지명도 예고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연준 이사회가 왜 파월을 제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어쩌면 그를 해고하는 문제에 대해 내 생각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해야 할 일을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건 안다. 하지만 나는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해봤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동결, 트럼프는 불만
연준은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하면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물가와 실업률 전망은 상향 조정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지금은 금리를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해왔다. 앞서 그는 12일 백악관에서 “파월을 해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가 불과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꿨다.
◇후임은 월러? 연준 내부 기류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의 후임으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러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고용시장이 약화되는 조짐이 있으므로 다음달부터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19일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에 동참했고 파월을 ‘무력화’하자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연준 이사 6명과 지역 연은 총재 5명 모두 파월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적 해임은 어렵지만 압박은 지속
연준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달 연준을 “특수한 구조의 준공공기관”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이 파월을 해임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수단을 통해 연준에 계속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관세 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는 비판에도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