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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나토 정상회의 개막…GDP 5% 국방비 목표 놓고 회원국 간 시각차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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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나토 정상회의 개막…GDP 5% 국방비 목표 놓고 회원국 간 시각차 뚜렷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2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경찰과 군인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2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경찰과 군인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사진=로이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이 24일(이하 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 모여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시작했다.

이번 회의는 32개 회원국이 향후 10년간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새로운 공동 목표를 두고 논의하는 자리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은 이 목표에 찬성 의사를 밝혔고 나토 동부 국경에 위치한 국가들 역시 대체로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스페인은 이 목표가 “불합리하다”고 반발했고, 슬로바키아는 “목표 달성 방식은 각국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이 모든 비용을 부담할 필요는 없다”며 유럽의 분담 확대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의가 나토 복귀 이후 첫 공식 회동인 만큼, 미국 주도의 국방비 증액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 “방위 강화는 자유 지키기 위한 투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회의 개막에 앞서 “우리는 더 이상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의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며 “우리의 아름다운 삶의 방식과 가치, 제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방어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동시에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중동 문제가 전 세계 뉴스의 중심이 됐지만 우크라이나를 뒷전으로 밀어서는 안 된다”며 “한 번에 한 가지 이슈밖에 다룰 수 없다면 정치와 군사 분야에 나설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과 이어진 전격적인 휴전 발표도 이번 회의의 의제를 바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직전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타격했고,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 공습이 “이란의 핵무기 야욕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젤렌스키, 정상회의 대신 주변 외교…우크라이나 의제는 뒷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헤이그에 도착해 정상회의가 열리는 건물 맞은편에 위치한 총리 관저에서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 대행과 회동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나토 가입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양측 모두 유럽연합(EU) 가입과 우크라이나의 평화로운 미래에 집중했다.

스호프 총리 대행은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유럽-대서양 가족’이라 부르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네덜란드는 앞으로도 군사적, 기술적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드론 탐지용 레이더 100대를 추가로 제공하고, 우크라이나의 사양에 맞춘 드론을 자국에서 생산해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 프랑스·독일 “우크라이나 주권, 유럽 안보의 핵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회의 전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낸 공동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중재 노력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존과 유럽 안보를 지켜내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현 상황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는 프랑스와 독일의 흔들림 없는 결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낸 뒤 번영하고 안전한 국가로 재건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되돌릴 수 없는 길”로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올해는 해당 문구가 빠질 가능성이 커졌고 우크라이나 관련 논의는 사실상 후순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