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술력·中 저가 공세에 '샌드위치'…고비용·인력난에 생존 위기
조달 창구 단일화로 비용 절감, 상선·함정 통합해 시너지 기대
조달 창구 단일화로 비용 절감, 상선·함정 통합해 시너지 기대

이마바리 조선은 지난 26일 JMU의 지분을 기존 30%에서 60%까지 끌어올려 경영권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이 지분 인수는 철강 대기업 JFE 홀딩스와 중공업 기업 IHI가 가진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JFE 홀딩스와 IHI의 JMU 지분율은 각각 35%에서 20%로 낮아진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거래 완료까지는 국내외 관계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JMU는 2013년 JFE와 IHI 등 주요 기업의 조선 부문을 통합해 출범한 연합체다.
두 회사의 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마바리 조선은 2024년 여름부터 JMU의 자회사 편입을 검토해왔다. 앞서 2021년에는 JMU에 지분을 투자한 뒤, 두 회사는 '재팬 야드'라는 합작회사를 세워 선박의 기능 설계, 영업, 마케팅 부문에서 협력해왔다.
◇ 韓·中에 밀린 日 조선업…'통합만이 살길'
하지만 이 협력은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두 회사가 일부 선종에서 여전히 경쟁 관계에 놓여 있어, 독점금지법 규제 탓에 원자재 조달 가격 같은 핵심 비용 정보를 공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내 과당경쟁을 줄이고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완전한 통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인수 배경에는 한국과 중국과의 경쟁에서 비롯된 위기감이 있다.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와 인력난, 인력 고령화 문제에 더해 정부의 정책 지원마저 부족해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친환경 선박 기술력에서 한국에 밀리며 국제 시장에서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친환경 선박 수주를 이어가고 있으며,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값싼 철강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 조달 단일화·사업 확장…'규모의 경제'로 돌파구
이마바리 조선은 이번 인수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 역시 조선업을 전략물자로 지정하고 1조 엔(약 9조 4098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등 부흥책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통합은 정부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일본 전체 선박 건조량의 30%를 차지하는 이마바리 조선과 2위인 JMU가 조달 창구를 하나로 합치면, 원자재 구매 협상에서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사업 영역 확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상선 건조에 주력해 온 이마바리 조선과 특수선과 함정 건조에 강점이 있는 JMU가 한 법인처럼 움직이면, 다변화하는 세계 선박 수요에 더욱 잘 대응할 역량을 갖출 전망이다.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개발과 대형 사업 공동 대응 같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통합 성공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가족 경영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벗어나고, 두 회사 사이의 세부 협력 방안을 조율하는 한편, 기술과 인력난을 푸는 것도 숙제로 남는다. 앞으로 일본 조선업계는 대량 생산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 이중연료선이나 자율운항선박 등 기술을 집약한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에 집중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