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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국 54% 부채위기 직면…세계은행 "부채 정보 완전 공개 시급"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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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국 54% 부채위기 직면…세계은행 "부채 정보 완전 공개 시급" 강조

부채 데이터 공개국 75%로 늘었지만, 신규 대출정보는 25%만 공개
2023년 5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해만스크랄에서 콜레라로 사망한 후 카나나의 비공식 정착촌에 있는 커뮤니티 주유소에서 젊은 주민들이 물을 채운 후 물을 집으로 가져간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5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해만스크랄에서 콜레라로 사망한 후 카나나의 비공식 정착촌에 있는 커뮤니티 주유소에서 젊은 주민들이 물을 채운 후 물을 집으로 가져간다. 사진=로이터
개발도상국의 부채위기가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은행그룹이 부채 투명성 개선을 위한 전면 손질을 촉구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세계은행그룹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지에 발표한 부채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의 54%가 이미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거나 그럴 위험이 높은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많은 국가가 교육과 의료, 사회기반시설을 합친 것보다 부채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값싼 자금 조달의 길이 줄어들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 변동에서 기후 재해에 이르기까지 되풀이되는 외부 충격이 위험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밀레니엄 시대 들어 국제 협력은 중채무빈국(HIPC) 계획과 다자간 부채 탕감 계획 같은 주요 돌파구를 마련해 수십 개 저소득 국가를 지속 불가능한 부채 부담에서 벗어나게 했다. 중채무빈국 계획은 빚이 많은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를 줄여주거나 없애주는 국제 지원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그 뒤 부채 환경은 근본부터 바뀌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 부채 구조 복잡해져 감독 체계 한계 드러나


현재 부채 환경은 과거와 근본부터 다른 상황이다. 보고서는 "오늘날 부채는 더 복잡하고, 돈을 빌려주는 곳은 더 다양하며, 대출하는 일의 일부는 예산을 벗어나 비공개로 이뤄지며, 전통 감독 체계의 감시를 벗어나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공공 부문 대출이 중앙 정부 통제를 벗어나고, 더 많은 국가가 사모펀드, 중앙은행 스와프, 담보 거래 같은 비전통 예산 밖 자금 조달로 바뀌면서 이런 정보 공개 허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부채도 늘어나는 추세에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는 이를 책임감 있게 관리할 수 있는 공시 기준과 시장 기반 방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세계은행그룹과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부채 압박에 직면한 국가들에 자금 조달 확대와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경제의 부채 상환 부담이 지속 불가능해질 때는 주요 20개국(G20)의 공통 틀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국제 국채 원탁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포함해 더 빠르고 예측가능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채 현황 공개를 살펴보면 2020년 뒤 저소득 국가 가운데 부채 정보를 일부라도 내놓는 나라 비율이 60%에 못 미치던 것에서 75%를 넘어섰다. 하지만 새로 빌린 돈에 대한 자세한 대출 정보를 공개하는 나라는 4곳 중 1곳(25%)에 그쳤다. 부채 정보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늦게 나오고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 세계은행그룹의 진단이다.

◇ 공동 디지털 기반 구축과 역량 키우기 필요


보고서는 보다 투명한 부채 환경 조성을 위한 구체 방안을 제시했다. 대출 조건의 완전한 공개와 모든 부채, 특히 담보부와 비시장 기반 상품에 대한 더 강한 국가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금융 기관이 더욱 세분화한 부채 데이터를 보고하고 잘못된 보고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구 개선도 요구했다.

모든 돈을 빌려주는 곳이 대출과 보증 장부를 공개하고, 공동 데이터 조정 과정에 참여하며, 합의에 이른 뒤 채무 구조조정 조건을 공개할 것도 촉구했다. 빚을 진 곳과 빌려준 곳을 위한 공동 디지털 기반은 채무 기록 관행을 표준화하고, 포괄적이고 때맞춘 보고를 지원하며, 정보 불일치를 미리 찾아내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는 복잡한 채무 거래를 평가하고 협상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키워 더 이상 돈을 빌려주는 곳이나 금융 중개기관에만 조언을 의존할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부채 투명성은 투자자 사이의 믿음과 확신을 다시 세워 저소득 국가에서 성장을 이끌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본을 투입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전면 부채 투명성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