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브룩필드·핌코 등과 협상... 30억 달러 자본금, 260억 달러 대출 논의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메타(옛 페이스북)가 미국 안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기 위해 아폴로, 브룩필드, 핌코 같은 민간 신용회사에 290억 달러(약 39조 5000억 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지난 2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 F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이번에 아폴로, KKR, 브룩필드, 칼라일, 핌코 등 여러 대형 투자회사와 논의하고 있다. 메타는 먼저 30억 달러(약 4조 원)를 자본금으로 받고, 이어 260억 달러(약 34조 5000억 원)를 빚으로 마련하려는 계획이다. 메타는 모건스탠리와 함께 자금 마련 방식을 논의하고 있으며, 채권을 내놓아 거래를 쉽게 만드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 AI 인프라 경쟁, 민간 신용회사와 손잡는 빅테크
메타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해 시설 투자 계획을 640억~720억 달러(약 87조~98조 원)으로 10% 올렸다. 데이터센터와 장비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는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20년 동안 전기를 사는 계약을 맺었다. 메타가 원자력 발전소와 직접 맺은 첫 계약이자, 인베너지와 맺은 네 번째 청정에너지 계약이다.
◇ 민간 신용회사, 대규모 자금 마련에 앞장
메타처럼 신용이 좋은 대기업들은 큰 시설 투자를 할 때 은행이나 회사채 대신 민간 신용회사에 기대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민간 신용회사는 대출 조건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고, 자금을 빠르게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폴로는 지난해 인텔과 110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자금 계약을 맺었다. 이런 계약은 보통 별도 회사나 공동 투자 방식으로 이뤄지며, 수익과 현금 흐름을 기업과 자산운용사가 나눠 가진다. 이 구조는 회사가 부채를 공식 장부에 올리지 않아도 돼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민간 신용회사들은 보험사, 연금 같은 장기 투자기관과 손을 잡고, 국채나 회사채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는 맞춤형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아폴로, 블랙스톤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보험사와 연금기관을 인수하거나 제휴해 투자처를 넓히고 있다.
◇ 메타, AI 인재 영입도 적극
메타는 최근 데이터 라벨링 업체 스케일AI에 150억 달러(약 20조 46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의 대표 알렉산더 왕을 인공일반지능(AGI) 개발을 맡는 새 전략팀에 영입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는 오픈AI 등 경쟁사에 밀린 AI 실력을 따라잡으려고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주에는 오픈AI의 최고 연구원 3명이 메타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오픈AI의 샘 알트만 대표는 팟캐스트에서 "저커버그가 엔지니어들에게 1억 달러(약 1360억 원) 보너스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메타는 라마4 대형언어모델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고, 주력 모델 '베헤모스' 출시가 늦어지는 등 최근 AI 경쟁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 투자와 인재 영입에 더 힘을 쏟고 있다.
◇ 업계 평가
업계에서는 메타 등 세계 대기업이 민간 신용회사와 손잡고 AI 시설에 큰돈을 쏟아붓는 흐름을 "AI 인프라 전쟁의 새 국면"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AI를 돌릴 컴퓨터 자원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기업과 자산운용사 사이의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고 본다.
미국 금융업계에서는 "메타가 민간 신용회사에서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장부에 부채를 올리는 부담을 줄이고, AI 시설 투자 규모를 키우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많다. 금융권에서는 "민간 신용회사가 대형 투자에서 은행을 대신하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