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이달 말부터 '보급형 모델'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생산 예정일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도 관련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아 업계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가 '모델2'를 대체할 새 저가 모델을 생산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해로 이후 올해 상반기 생산 개시를 공식화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차량 사진이나 내부 정보 유출조차 없어 실제 신차가 존재하는지조차 의심받고 있다고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이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상반기 생산 예고했지만…'보급형 모델' 흔적도 없어
테슬라는 지난 2024년 4월 낸 실적보고서에서 “차세대 차량 라인업을 업데이트했고 2025년 하반기 예정이었던 신차 생산을 상반기로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5년 1분기 실적보고서에서도 “보급형 모델을 포함한 신차 생산 계획은 2025년 상반기 시작으로 일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반복해 강조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나온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정보도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신차 생산을 앞두고 위장 차량 포착, 부품사 유출, 내부 제보 등의 형태로 각종 정보가 흘러나오지만 이번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에 대해서는 일절 그런 움직임이 없다는 지적이다.
◇ 신차 아닌 '모델3·Y 저가형' 가능성 거론
시장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완전히 새로운 차량이 아닌 기존 모델3 혹은 모델Y의 하위 트림을 보급형 모델로 포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엄밀히 말해 '새 모델'이 아니라 단순한 사양 축소에 불과하다. 테슬라가 ‘보급형 모델들’이라는 복수형 표현을 쓴 점에서 기대는 컸지만 실상은 이름만 바뀐 저사양 모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과거 약 2만5000달러(약 3460만원) 가격의 ‘모델2’를 개발 중이라는 기대를 키웠지만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로보택시 개발에 집중하면서 이 계획은 중단됐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로보택시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기존 계획을 철회했고 이후에도 보급형 모델 개발 계획이 있다는 발언만 반복했다.
◇ 판매 부진 속 ‘정치 리스크’까지…반전 카드 될까
테슬라가 보급형 모델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최근 극심한 판매 부진이 꼽힌다. 모델Y는 최근 소폭의 디자인 개편을 단행했지만 판매 회복세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일렉트렉은 “지난 6년간 유일하게 출시된 신차인 사이버트럭도 시장에서 실패했다”며 “새로운 모델 없이 노후화된 라인업만으로는 경쟁사 공세를 견디기 어렵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머스크가 유럽 극우 인사들과의 교류, 반(反)전기차 진영에 대한 자금 지원, 나치와 홀로코스트 관련 망언 등에 연루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같은 정치적 논란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초래했고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테슬라 차량에 대한 불매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정치 행보나 혁신 약속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아직 시도하지 않은 마지막 카드가 바로 ‘진짜 보급형 모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