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정치적 압력에 '학문의 자유' 위기
EU·프랑스 등 1조 원대 기금 조성, 비자 간소화로 '과학 피난처' 자처
EU·프랑스 등 1조 원대 기금 조성, 비자 간소화로 '과학 피난처' 자처

지난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럽의 움직임은 EU와 주요 회원국 차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억 유로(약 1599억 원)의 추가 예산을 약속하며 "자유를 사랑한다면 프랑스로 오라"고 호소했다. EU 집행위원회 또한 2025년부터 3년간 5억 유로(약 7995억 원) 규모의 'Choose Europe for Science' 프로그램을 출범했고, 영국 역시 5000만 파운드(약 935억 원) 규모의 글로벌 연구자 유치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비와 비자 비용 전액을 지원한다.
◇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 탄압'… 미국 떠나는 학자들
유럽의 적극적인 '러브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복귀 이후 급변한 미국 학계의 분위기가 있다. 미국 정부가 다양성 프로그램과 반유대주의 조사 등을 명분으로 대학 연구 보조금 수십억 달러를 삭감하거나 동결하면서다. 특히 다양성·포용성, 기후변화, 사회과학 등 특정 분야 연구를 표적으로 삼아 지원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면서 학문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대학 총장들은 골방에 숨어 떨어"… 현장의 목소리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의 역사학자 네이선 펄-로즌솔 교수는 미국 국립인문학재단(NEH)의 지원금이 갑자기 취소된 후 마크롱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내가 대중 정치의 부상에 대해 연구한다고 말하자 그가 내게 윙크를 했다"며, 학문의 자유를 지키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펄-로즌솔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학계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솔직히 말해, 미국의 모든 대학 총장들은 대체로 골방에 숨어 떨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넬 대학교의 정치학자 레이철 비티 리들 또한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후퇴'를 연구하기 위해 프랑스 시앙스포의 1년 직을 수락하고 올가을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연구 수행이 더 복잡해졌다"며 "그러한 분위기가 학자들이 공개적으로 무엇을 말할 의향이 있는지, 어떤 종류의 연구를 발표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모든 결정에 스며든다"고 토로했다.
에포 브라윈스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인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낮은 연봉에도 '기회의 땅'… 한계와 전망
유럽행에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유럽의 연봉은 미국보다 낮지만, 생활비와 의료, 교육비 부담이 적다. 여기에 연구자 전용 비자(프랑스의 '파스포르 탈랑', 독일의 '블루카드' 등)를 통한 이주 절차 간소화와 EURAXESS와 같은 플랫폼을 통한 구직·정착 정보 제공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유럽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여전히 미국에 미치지 못하고, 단기적 유치 프로그램이 학문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제임스 윌스던 교수는 "과학이 잘 반응하는 것은 안정성, 예측 가능성,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펄-로즌솔 교수는 "외국에서 사는 법을 알아내는 것은 힘들고, 온갖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파악하려면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