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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비싼 라이다는 필요 없다’는 일론 머스크 고집, 한계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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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비싼 라이다는 필요 없다’는 일론 머스크 고집, 한계로 드러나

지난 22일(현지시각) 테슬라 로보택시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내에서 운행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2일(현지시각) 테슬라 로보택시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내에서 운행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수년간 공언해온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최근 처음 공개 운행을 시작했지만 신뢰보다는 논란을 먼저 낳고 있다. 일부 차량은 교차로 한가운데 승객을 내려주거나 역주행을 하는 모습까지 포착돼 미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30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2일 오스틴 도심 일대에서 자율주행 택시 시범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시작했다. 초기에는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이 “잘 작동한다”며 홍보성 영상들을 대거 업로드했고, 이튿날 테슬라 주가는 10%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실제 운행 장면을 담은 영상들에는 정반대의 모습도 드러났다. 한 차량은 좌회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맞은편 차선으로 진입했다가 황급히 더블 노란선을 넘어 되돌아왔고, 일부 차량은 이유 없이 급정거하거나 제한속도를 초과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영상에서는 로보택시가 승객을 교차로 한복판에 내려주는 장면도 확인됐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관련 영상을 인지하고 있으며 테슬라 측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 ‘비싼 라이다는 필요 없다’는 머스크 고집, 한계로 드러나


테슬라 로보택시는 기존 차량과 마찬가지로 오직 카메라 기반의 비전 시스템만을 활용한다. 머스크 CEO는 과거부터 “라이다는 멍청한 기술”이라며 테슬라 차량에서 레이저센서)나 레이더를 제거해왔다. 그는 2019년 ‘테슬라 자율주행의 날’ 행사에서 “사람은 눈으로 운전한다. 자율주행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쟁사인 웨이모, 죽스 등은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를 조합한 방식으로 훨씬 높은 인식 정밀도를 확보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웨이모 최신 차량은 약 40개의 외부 센서(카메라 포함)를 활용하는 반면, 테슬라는 8개 카메라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이번 시범 운행에서도 “특수 장비 없이 어느 지역이든 즉시 투입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날씨나 야간 시간대에는 차량 운행이 제한되는 조건이 붙었다. 또 안전요원이 조수석에 탑승한 상태에서만 운행이 허용됐다. 요금은 머스크 특유의 대마초 밈을 반영한 4.20달러(약 5800원)였다.

웨이모는 도시 단위로 지도 구축과 시험운행을 수년간 선행한 뒤 상용화에 나서는 방식으로 안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해왔다. 반면 테슬라는 오스틴에서의 데이터 수집·맵핑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도 불분명하다.

◇ 웨이모와의 격차 여전…정부 조사·소송까지


웨이모도 사고나 소프트웨어 오류로 리콜을 단행한 바 있지만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 기능으로 인해 736건의 사고와 17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한 바 있다. 현재도 정부 기관과 유족들이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브렛 슈라이버 변호사는 가디언에 “이 분야 모든 전문가들이 센서 조합이 필수라고 말해왔다”며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테슬라의 집착이 진짜 장례식장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현재 오스틴에서 별도의 운행 허가 없이 로보택시를 시범 운행 중이며 텍사스 주정부는 오는 9월부터 관련 허가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