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마트·미니소·헤이티 등 뉴욕에 매장 개설… "美 소비자 높은 소비력, 포기 못 할 시장"
지정학적 긴장·투자 위축에도 '대면 마케팅' 총력… 젊은 층 '중국 브랜드' 인식 변화 기대
지정학적 긴장·투자 위축에도 '대면 마케팅' 총력… 젊은 층 '중국 브랜드' 인식 변화 기대

맨해튼 남부 세계무역센터의 오큘러스 쇼핑몰에 위치한 팝마트 매장은 연일 "재고 없음"을 외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달러짜리 블라인드박스 수집용 피규어로 유명한 이 중국 디자이너 장난감 브랜드는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 시에펑도 최근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중국 브랜드 사례로 팝마트의 라부부를 언급했다.
팝마트 외에도 다양한 중국 오프라인 소매브랜드들이 미국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니소는 맨해튼에만 4개 매장을 열었고, 중국 최고 차 체인 중 하나인 헤이티는 뉴욕 전역에 15개 지점을 운영하며 꾸준한 고객을 확보했다.
이들의 실적은 눈부시다. 2025년 1분기 팝마트의 미주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5~900%라는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다. 2024년 하이디라오의 북미 매장은 전 세계 운영 중 가장 높은 1인당 지출을 기록했으며, 해외 매장의 16%에 불과하지만 해외 매출의 21.2%를 창출했다. 미니소는 2025년 1분기 북미 매출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 시장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중국 브랜드들이 미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소매시장으로, 지난해 오프라인 소매 판매액은 5조9300억 달러에 달해 전 세계 수치의 25%를 차지했다. 2030년에는 6조610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의 약한 소비력이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3년 이후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게리 응은 "중국 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 진출이 수익성을 위한 길이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젊은 세대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 상승도 기회 요인이다. 퓨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8~29세 미국인 중 19%만이 중국을 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는 65세 이상(47%), 50~64세(40%)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기술, 핵심 인프라, 의료 등 전략 부문에 대한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고션은 미시간주 26억 달러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CATL은 국방부 블랙리스트 등재 후 미시간 공장에서 기술 라이선스만 취득하고 있다.
다행히 기술 의존도가 낮고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중국 소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쉬 톈첸은 "이러한 투자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기에는 너무 무해하다"며 "맥도날드나 치폴레만큼 널리 퍼지지 않아 정치인들의 관심을 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