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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파라마운트, 트럼프 대통령에 1600만달러 지급키로…CBS '60미니츠' 소송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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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파라마운트, 트럼프 대통령에 1600만달러 지급키로…CBS '60미니츠' 소송 합의

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방영된 ‘60미니츠(60 Minutes)’의 카멀라 해리스 인터뷰 방송. 사진=CBS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방영된 ‘60미니츠(60 Minutes)’의 카멀라 해리스 인터뷰 방송. 사진=CBS

미국의 미디어그룹 파라마운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100억 달러 규모의 ‘60미니츠’ 관련 소송을 1600만 달러(약 220억3000만원)에 합의했다.

현직 대통령이 주요 언론사와의 법적 분쟁에서 금전적 보상을 받아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CBS방송의 유명 뉴스 프로그램 ‘60미니츠’가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과의 인터뷰를 조작해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파라마운트는 이번 합의금에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 비용과 소송 관련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합의에는 공식적인 사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파라마운트 측은 앞으로 ‘60미니츠’가 대선 후보와 진행하는 인터뷰의 서면 녹취록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 측은 “가짜 뉴스 언론에 책임을 묻는 또 하나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 스카이댄스 인수 앞두고 '정치 리스크' 해소…사주 레드스톤도 “합의 선호”


NYT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이사회는 이번 소송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스카이댄스 인수합병(M&A)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합의를 추진했다. 스카이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인 래리 엘리슨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이 이끄는 할리우드 제작사다.

샤리 레드스톤 파라마운트 이사회 의장도 이같은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법정 싸움을 장기화하기보다는 합의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스톤 의장은 개인적으로는 이 소송 논의에서 손을 뗐지만 이사회에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수백만달러의 법정비용을 지출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드스톤은 최근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법원이 내부 자료 공개를 요구하기 직전 주말 동안 중재인을 사이에 두고 막판 협상을 벌였으며 최종적으로 1600만 달러에 합의했다. 파라마운트 이사회는 ABC가 지난해 조지 스테퍼너폴로스를 상대로 한 트럼프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동일한 액수의 합의금을 지급한 전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60미니츠 편집, 뉴스 왜곡”…CBS 내부 반발 거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소장에서 “CBS가 해리스 전 부통령의 인터뷰 중 이스라엘 총리 벤야민 네타냐후 관련 답변을 왜곡해 일부만 방송했다”며 “이는 민주당 편을 들기 위한 뉴스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인터뷰는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사전 방송된 21초 분량과 본방송인 ‘60미니츠’에서 별도로 사용된 7초 분량이 서로 다른 부분을 편집해 사용되면서 촉발됐다. CBS는 이 편집이 사실을 왜곡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으며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에 따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을 제기하자 CBS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60미니츠’ 총괄 프로듀서인 빌 오언스가 사임했고 웬디 맥마혼 CBS 뉴스 사장도 물러났다. 오언스는 사임 당시 “더는 독립적인 뉴스 판단을 허용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CBS 내부에서는 이번 합의가 언론의 독립성과 공영방송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0미니츠’의 간판 앵커 스콧 펠리는 “이런 합의는 CBS와 파라마운트, 두 회사의 평판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언론 길들이기' 논란…미 의회, 청문회 추진


이번 합의를 놓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파라마운트가 대통령에게 거액을 지급한 행위는 사실상 뇌물로 볼 수 있다”며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자유단체 ‘언론자유재단’도 파라마운트 이사회와 샤리 레드스톤 의장을 상대로 주주 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밝혔다. 해당 단체는 유명 법조인 애비 로웰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이날 변화를 예고하며 주디스 맥헤일 이사의 퇴임과 함께 메리 보이스, 찰스 라이언, 로앤 스라고 리히트를 새 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