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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종주국 프랑스, 유럽 본진서 한국에 26조 원에 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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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종주국 프랑스, 유럽 본진서 한국에 26조 원에 완패

한수원 APR1000, 유럽 첫 진출...세계 원전 지형 변화 신호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이미지 확대보기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아시아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KHNP)26조 원 규모의 체코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제이슨 디건이 지난 3(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결과로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유럽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올해 424일 체코 경쟁당국은 체코 신규 원자로 건설 입찰 과정에 대한 EDF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으로 KHNP가 공식적으로 체코 원전 프로젝트 사업자로 확정되면서, 그간 민간 원자력 발전 분야를 주도해온 EDF는 유럽 시장에서 중대한 타격을 받았다.

◇ 한수원(KHNP), 비용 절약 효과로 승부수


체코 정부는 지난해 7월 수개월간 검토를 거쳐 KHNP를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코바니에 APR1000 원자로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 건설비는 26조 원(4000억 코루나)이다. 원자로 1기당 약 12조 원(2000억 코루나)의 건설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당초 체코는 두코바니에 원자로 1기만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202310월 정부는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런 확대가 전체 비용을 약 25% 절감할 수 있는 경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테멜린에 추가로 2기를 더 건설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체코 정부가 앞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새로운 원자로는 2029년쯤 건설을 시작해 2036년 시험 운영, 2038년까지 상업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체코는 현재 전력의 3분의 1을 원자력으로 공급받고 있으며, 두코바니와 테멜린 원전이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초기 입찰에는 EDFEPR1200,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KHNPAPR1000 3개 모델이 경쟁했으나, 웨스팅하우스가 기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면서 EDFKHNP 간 양자 구도로 압축됐다. KHNP는 두 개 원자로를 동시에 건설하는 매력적인 제안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 아시아 원자력 업체, 유럽 시장 영향력 확대


이번 수주 성공은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아시아 업체들이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 사례로 평가된다. 수십 년간 유럽과 북미 기업들이 지배해온 원자력 시장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업체들이 비용 절약 효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EDF는 최근 영국 사이즈웰 C 프로젝트 참여로 EPR 원자로의 부활을 시사했으나, 체코에서는 더 작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APR1000이 더 매력적임이 드러났다. 체코 경쟁당국은 이 프로젝트의 보안 면제 조항이 일반 공공조달 틀에서 제외된다고 판결해 EDF가 추가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다만 EDF는 여전히 지역 법원에 판결 항소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지만, 법적 틀이 굳어지면서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관련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들은 오랫동안 체코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자동차, 에너지, 건설 같은 산업에서 수백 개 자회사를 운영하며 수만 명을 고용하고 수십억 달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번 원자력 발전 실패는 첨단 산업에 관한 한 이런 경제 관계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동유럽을 중심으로 비용과 효율이 최우선 고려사항인 시장에서 아시아 원자력 업체들의 경쟁력이 입증됐다고 풀이된다. 청정 에너지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각국이 신뢰할 수 있고 경제적인 원자력 해법을 찾고 있어, 앞으로 세계 원자력 시장의 경쟁 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