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D램 시장의 지형이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30여년간 지켜온 메모리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준 것은 단순한 점유율 변화가 아니라 AI 시대를 주도할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IT 전문매체 WCCF테크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D램 점유율 36.3%를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제쳤다”며 “이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의 HBM 공급 계약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삼성의 점유율은 41.5%에서 32.7%로 불과 6개월 만에 8.8%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반도체 기업과의 공급 계약을 통해 HBM3·HBM3E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업계 최초로 HBM4 샘플도 생산했다. WCCF테크는 “SK하이닉스가 일찌감치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들어가며 업계 주도권을 잡았다”고 전했다.
◇ AI 패권 경쟁의 핵심, HBM 공급망
HBM은 초고속 연산을 요구하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엔비디아의 최신 GPU ‘블랙웰’ 시리즈에도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글로벌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어느 메모리 업체가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력하느냐가 시장 판도를 좌우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HBM4 공급 능력이 향후 시장 경쟁에서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할 것”이라며 “2026년 이후 메모리 업체 간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마이크론의 추격 변수
삼성전자는 하반기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이어 내년 HBM4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를 위해 전 TSMC 회장을 영입하는 등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점유율 경쟁을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며 “SK하이닉스가 기술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