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자 등 전방산업 침체 직격탄…항만 적체에 쌓인 재고도 부담
단기 하락 전망 속 경쟁 소재 '폴리카보네이트'는 장기 성장 예고
단기 하락 전망 속 경쟁 소재 '폴리카보네이트'는 장기 성장 예고

4일(현지시각) 켐애널리스트 등 화학 전문 매체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과 독일, 미국 같은 주요 시장에서 메타크릴산 가격이 일제히 내렸다. 후방 산업의 소비가 준 데다 원료인 이소부틸렌 가격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급 물량이 늘고 무역에 차질이 생긴 점도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메타크릴산은 주로 메틸 메타크릴레이트(MMA)를 거쳐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PMMA)로 만든다. PMMA는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간판 따위에 널리 쓰는 핵심 소재다. 하지만 6월 들어 자동차와 전자 부문에서 제조 활동이 줄고 건설 사업이 미뤄지는 등 전방산업이 움츠러들면서 MMA와 PMMA 사용량이 줄었고, 원료인 메타크릴산 수요 부진으로 곧장 이어졌다.
공급 쪽은 원가 부담이 줄었지만, 되레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핵심 원료인 이소부틸렌 가격이 떨어지면서 생산원가 부담이 줄자, 제조업체들은 이에 맞춰 앞다퉈 판매가를 내렸다. 최근 몇 해 동안 생산 능력이 크게 늘어난 미국, 한국, 독일 같은 주요 생산국들이 수요가 뒤따르지 못하는 데도 생산 수준을 높게 유지하며 공급 과잉을 부채질한 탓도 크다. 중국산 저가 수입품이 시장에 풀린 것도 가격 하락 압력을 더했다.
◇ 수요·공급·물류 '삼중고'…경쟁 소재 시장은 '맑음'
반면, 메타크릴산으로 만드는 PMMA(아크릴)와 경쟁하는 폴리카보네이트(PC) 시장은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여 대조를 이룬다. PC는 충격에 강하고 투명하며 가벼운 특징 덕분에 자동차, 전자, 건설 같은 여러 산업에서 유리와 아크릴을 대체할 소재로 떠오르는 고성능 플라스틱이다. 한 시장 보고서를 보면, 세계 PC 시장은 2024년 약 198억 달러(약 26조 9874억 원)에서 2031년 346억 달러(약 47조 1598억 원) 규모로 해마다 평균 7.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G화학을 비롯해 미쓰비시, 테이진 같은 아시아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 부품, 친환경 건축자재처럼 새로운 쓰임새가 늘어나는 것이 주된 성장 동력이다. 다만 원료 가격 변동, 비스페놀A(BPA) 유해성 논란, 재활용의 어려움 따위는 이 시장이 넘어야 할 과제다.
◇ "일시적 하락"…여름 성수기 타고 반등 기대감
업계에서는 이번 메타크릴산 가격 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 앞으로 몇 달 안에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여름철 건설 성수기에 들어서고 수출 물량이 회복하면서 코팅, 자동차, 접착제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되살아나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원료 가격 변동, 물류 병목 현상, 세계 경제의 불확실함 따위는 여전히 시장 회복의 위험 요소로 남아, 앞으로 시장 흐름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